JV 세워 'K테더' 공동 발행…핀테크 육성·원화 국제화 노린다

2025-04-23

국내 첫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에 나선 은행들은 최종 목표는 ‘한국판 테더’를 만드는 것이다. 테더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3위에 올라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는 곳이다. 인프라만 공동으로 구축하고 각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개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합작법인(JV) 형태로 테더 같은 발행사를 세워 이른바 은행 공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발행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상호 운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기존 멤버십 포인트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시장 경쟁력도 낮을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정보기술(IT) 보안 투자와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이 요구되는 만큼 오랜 노하우를 가진 시중은행이 다수 참여하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미 운영모델 벤치마킹을 위해 디지털자산 인프라 회사 프로그맷(Progmat)의 국가 간 송금 개선 테스트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에 참여 중이다. 이 회사는 일본 3대 대형은행으로 꼽히는 미즈호·미쓰이스미토모·미쓰비시UFJ가 설립을 주도하고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이다. 다만 프로그맷의 경우 각 은행별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발행 방식은 미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규제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국채를 담보로 활용해 발행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한국의 경우 단기국채 시장이 미비하다. 이 때문에 원화를 은행이나 신탁회사에 예치하면 해당 금액만큼 1대1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주는 신탁형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요 시중은행이 직접 나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선 것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향후 은행업을 포함한 금융 시스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360억 8500만 달러(약 336조 1614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삼으면서 그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채 등을 담보로 하고 있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면 달러 수요 역시 증가한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5% 이상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이다. 해시드오픈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지난해 6월 점유율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 USDT가 상장된 이후 거래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6개월간 월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의 해외 거래소 이전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74조 8000억 원으로 전기 대비 96.3%나 폭증해 국내 자금 유출까지 지속하는 실정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배력이 강화할 수록 원화 통제력의 약화가 불가피한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안정적으로 조성되려면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은행 등 금융사들의 역할이 크다는 게 은행권 생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해외송금·지급결제 등 실제 사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은행 사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지 않으면 통제하기 어렵고 신뢰하기 어려운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예금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유출 현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핀테크 같은 관련 산업 육성과 원화 국제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핀테크와 송금, 결제, P2P등 관련 산업이 함께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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