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지난달 23일 열린 사장 후보자 면접 전날 대통령실로부터 ‘교체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를 사전에 ‘내정’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박 후보자는 여권 추천 이사들만 참여한 면접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열린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지난달 23일 저녁 술자리에서 이영일 KBS 노사협력주간이 ‘박 사장이 어제 이미 용산으로부터 교체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명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박 사장이 면접 전날인 22일 대통령실로부터 사장 교체를 통보받았다는 걸 주변에 말했고, 이를 들은 이 주간이 면접 당일(23일) 저녁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했다는 의혹이다.
이 주간으로부터 해당 발언을 들었다는 안양봉 KBS 기자는 최 위원장 질의에 “회사 앞 치맥집이었고, 이 주간은 저희와 다른 자리에 있었다”며 “제가 이 주간과 동기인 입사 동기인 분한테 ‘너무 의외의 결과(박 후보자 선출)가 나왔으니 어떻게 된 거지 한 번 물어봐라’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이 주간한테 가서 (물어보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라고 했다.
안 기자는 “너무 깜짝 놀라 나중에 이 주간에게 직접 물어봤다”며 “이 주간이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면접) 전날에 용산에서 박 사장한테 교체된다는 통보를 했다, 그리고 박 사장이 퇴근 후 핵심 참모들과 함께 가진 저녁 자리에서 본인이 교체된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면접 전날까지도 KBS와 언론계에서는 박 사장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면접 당일 ‘박 후보자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박 후보자는 면접에 참여한 여권 이사 7명의 몰표를 받아 선출됐다. 야권 추천 이사 4명은 사장 선임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며 퇴장했다.
최 위원장은 “불법적 이사회의 면접과 임명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박 후보자 선출은) 용산 특히 김건희 라인의 오더라는 강력한 의심을 하고 있다”며 “이러지 않고서는 박 후보자가 갑자기 한 달 전에 ‘내가 KBS 사장 한번 해야지’ (라며 사장이 되는) 게 구조상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주간은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묻는 최 위원장 질의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제가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용산에서 언제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의에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