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 논란→답변 회피’ 불 지른 건 어른들, 돌 맞은 건 베돈크

2025-06-24

‘싸이 걸그룹’, ‘전소연 프로듀싱’. 후광은 빵빵했으나, 앞을 지켜줄 방어막은 아쉬웠다.

그룹 베이비돈크라이는 지난 23일 첫 싱글 ‘에프 걸(F Girl)’로 데뷔를 치렀다. 가수 싸이가 수장으로 있는 피네이션의 첫 걸그룹이자, 그룹 아이들의 전소연이 데뷔 앨범은 물론 전반적인 팀 프로듀싱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 화제성을 보여주듯 이날 치러진 쇼케이스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일부는 자리가 모자라 새로운 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도 했다. 예상대로 이날 질의응답에는 싸이와 전소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멤버들은 “영광”이라는 인사와 함께 이들에 대한 극찬을 이어갔다. 소속사 대표인 싸이는 쇼케이스가 마무리된 뒤 직접 간담회장을 빠르게 돌며 취재진에 인사를 전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든든한 ‘뒷배’는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 힘이 되지 못했다. 앞서 티저 영상으로 불거진 선정성 논란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후 이어진 싸늘한 분위기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베이비돈크라이의 몫이었다.

■ 당당하게 맞선다더니…

베이비돈크라이는 쇼케이스를 통해 ‘당당함’과 ‘사랑스러움’을 자신들만의 무기로 연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당당해야 할 순간 말을 아끼며 팀 콘셉트에 대한 겉핥기식 대처를 보여줬다.

논란에 대한 질문에 멤버들은 침묵했고 쇼케이스 MC로 자리한 박경림이 대신 대답했다.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제3자의 답변, 게다가 답변 내용은 ‘지난 저녁 발표된 입장문을 참고해 달라’는 것이었다.

앞서 공개된 영상 속 콘돔으로 착각하게 할 만한 물건이 등장하거나 멤버들이 체리 주스를 엎지른 러그가 생리대처럼 보이는 점 등을 두고 K팝 팬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팀의 심볼인 체리가 성적인 의미로 쓰이는 점, 신곡 제목이 성적으로 문란한 남성을 일컫는 ‘에프 보이’와 유사한 점 등도 미성년자 멤버가 있는 팀을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피네이션 측이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당사자들의 목소리 또한 들어봄 직한 일이다. 신인인 만큼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다만 소속사에서 준비한 답변일지라도 직접 입을 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더불어 박경림이 대신 답변을 전한 뒤 멤버들은 한층 더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그 때문인지 이전과는 달리 다른 질문들에 조금씩 말을 더듬거나 미숙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싸이의 화려한 언변의 반의반이라도 따라가는 입장 한 줄만 준비했더라도, 논란에 대한 깔끔한 종지부도 재차 강조한 ‘당당’한 매력도 모두 잡았을 터다. 하지만 소속사의 판단 착오로 베이비돈크라이의 첫인사는 싸늘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 아이들→베돈크, 옮겨붙은 선정성 논란

이날 싸이보다도 더 많은 관련 질문이 나온 건 전소연이었다. 작업 비화나 향후 협업 계획 등 현재 그룹 아이들의 흥행을 이끄는 전소연과 신인 베이비돈크라이의 만남은 화제를 모을 만 했다. 문제는 아이들 활동에서도 여러 차례 불거졌던 선정성 논란까지 옮겨붙었다는 것.

지난 2022년 당당한 여성의 서사를 그린 ‘톰보이’의 흥행으로 상승세를 탔으나, 이후 ‘와이프’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가사로, ‘클락션’은 라이프가드 코스프레로 인한 성적 대상화 및 직업 비하로 논란이 됐다. 아이들은 전소연의 프로듀싱을 주축으로 앨범을 발매와 활동 콘셉트 등을 정하는 만큼, 그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베이비돈크라이도 마찬가지다. 싸이는 한 방송에서 전소연에게 프로듀싱 ‘전권’을 맡겼다고 언급했고, 실제로 전소연이 앨범은 물론 팀명, 멤버들의 활동명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비돈크라이 역시 쇼케이스를 통해 “멘탈 케어도 해줬다”며 전소연과 밀접하게 작업했음을 전했다.

‘소녀에게 기대하는 편견을 깬다’는 콘셉트도, 아이들의 서사에 비춰볼 때 기시감이 드는 콘셉트다. 전소연은 아이들을 통해서도, 베이비돈크라이를 통해서도 세상이 보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나, 원대한 콘셉트에 비해 너무 1차원적인 표현들로 인한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베테랑 그룹인 아이들은 이런 논란들을 묻고 넘어갈 힘과 노련함이 있으나, 신인 그룹은 다르다. 의도가 좋았다 한들, 굳이 자극적인 콘셉트로 그들의 첫 얼굴에 논란의 꼬리표를 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논란 지우고 ‘자랑’ 될까

전소연과의 향후 협업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러나 해당 질문에 베이비돈크라이는 “준비 과정이라 정확하게 말씀 못 드리겠지만 준비되면 꼭 보여드리겠다. 우리만의 음악을 피디님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후광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던 데뷔, 베이비돈크라이가 계속해서 전소연과 손잡고 가게 된다면, 다음 스텝에서는 그 덕을 볼 수 있을까. “피네이션의 자랑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시선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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