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 “포스팅 안 한다, 저는 삼성 선수”

2025-09-02

"저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고, 또 삼성에서 이루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아요."

발단은 지난주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였다. 원태인이 올 시즌 뒤 포스팅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한다는 내용과 함께 선수 본인의 말도 그럴듯하게 인용문으로 포함돼 있었다.

사실 여부를 묻자, 원태인은 선을 그었다.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한 뒤, 시상식 자리에서부터 밝혀온 생각 그대로 포스팅을 통한 해외 진출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금시초문이라 저도 당황했어요. 최근에 포스팅과 관련된 인터뷰를 한 적도 없는데….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내용 때문에 팬분들도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지금으로선 삼성에서 최선을 다해야죠. 솔직히 아직 포스팅으로 해외에 갈 실력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기사가 나간 당일(8월 20일) 선발로 등판한 원태인은 황당한 기분을 마운드 위에서 독기로 바꿨다. 5강 경쟁팀인 NC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올여름 살짝 부진했던 흐름을 바꿨다.

이어 26일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 쾌투를, 나흘 쉬고 등판한 지난 31일 한화전마저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투구를 완성하며 삼성의 극상승세의 방점을 찍었다.

시즌 7승 투수였던 원태인은 공교롭게도 악성 기사가 난 뒤, 약 열흘 만에 개인 통산 4번째 시즌 '10승'까지 단숨에 달성했다.

"팀이 너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야구 하고 있는데, 괜히 제가 하지도 않은 말로 인해서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봐 걱정도 잠깐 했어요. 그만큼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책임감을 갖고 매 경기 나서고 있습니다."

15승으로 개인상 트로피를 들었던 지난해보다 주목은 덜 받지만, 사실 원태인은 올해도 건실하다.

평균자책점 3.22로 전체 9위(국내 2위), 이닝도 국내 투수 중 두 번째로 많은 142.1이닝이나 소화했다. 2년 차 시즌이던 지난 2020년부터 6년 연속 140이닝 소화이자, 고졸 데뷔 시즌까지 포함하면 매해 100이닝 이상 삼성 마운드를 지켰다.

"긴 이닝을 던지니까, 그만큼 팬들이 경기에서 저를 오래 보실 수 있어서 더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전반기엔 '한 6이닝 3실점만 하자'라고 했다면, 요즘엔 매 경기 무실점으로 막는다는 마인드(마음가짐)입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원태인의 압도적으로 낮은 볼넷 허용률이다.

올해 원태인은 9이닝당 볼넷이 1.14개에 불과할 정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볼넷만을 내주고 있다. '이닝 먹방'의 대명사 팀 동료 후라도(1.68개), KBO리그 최고의 정교함을 자랑하는 고영표(1.73개)와도 격차가 크다.

삼성은 원태인이 등판한 경기에서 15승 7패(승률 0.682)를 거둬, 다른 어떤 선발 투수의 등판 때보다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공격적이고 간결한 투구가 불러온, 이른바 '원태인 효과'다.

"최대한 볼넷 없이 빠른 승부를 하려고 하고, 또 야수들도 그런 부분을 아니까 다 같이 더 집중하게 되는 거 같아요. '진짜 볼넷 안 줘야겠다' 하면 안 줄 수도 있는데, 최근에는 필요할 때는 볼넷을 주는 수싸움도 해요. 가끔 정말로 ABS의 선이 눈에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하하하"

3위 SSG부터 9위 두산까지 무려 7개 팀이 투닥거리는 역대급 5강 경쟁.

19경기만을 남긴 삼성 역시 가을야구를 장담하기엔 아직 쉽지 않지만, '에이스' 원태인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있었다.

"가을 야구는 무조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5강이 아니라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삼성 팬들이 가장 많이 경기장에 찾아오신다는 걸,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알고 있고 보답하고 싶어 해요. 올해는 시즌 마지막 날, 꼭 팬분들과 함께 웃으며 마무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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