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먹튀’ 폐업 돕는 브로커 기승에 ‘철퇴’

2024-10-23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조직적으로 업체의 ‘먹튀’ 폐업을 도운 브로커의 첫 형사처벌 사례가 나왔다. 이번에 처벌 대상이 된 업체는 베이징 소재 미술 관련 사교육 기관 2곳 및 업체 대표 2명과 불법 폐업 브로커 업체 3곳이다. 올해 중국 경제 침체와 맞물려 점점 급증하는 ‘폐업 전문 브로커’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후, 이 브로커 집단의 실체가 드러나 공개적으로 처벌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2일 베이징시 시장감독관리국(北京市市場監管管理局)과 공안국 경제범죄수사총본부(公安局經濟犯罪偵查總隊)는 합동 브리핑에서 ‘폐업 전문 브로커’ 사건 관련 첫 형사처벌 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두 사례는 모두 유아·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고가의 미술 학원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학원과 브로커 일당은 허위 등기 등 혐의로 총 65만 위안(약 1억 2천만 원)가량의 벌금이 선고됐다.

두 학원의 수법은 비슷했다. 폐업 전 특가 프로모션으로 신규 학생과 재수강 학생을 대거 유인해 원비 선결제를 유도한 뒤 돌연 폐업을 통지하는 식이었다. 전형적인 ‘먹튀’ 수법이다. 이들은 폐업하기 몇 달 전 이미 브로커를 통해 법인 대표 명의를 ‘바지사장’으로 바꾸고 허위 자료로 변경 등기를 마쳤다. 폐업 후 환불 요청이 쇄도했지만, 학원 대표는 이미 다른 도시로 잠적했고 학부모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학원의 불법적인 책임 회피 절차를 도운 건 ‘폐업 전문 브로커(職業閉店人)’라 불리는 일당이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폐업 위기인 목표 업체를 물색하고, 부채 상황에 비례해 일정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명의 변경·자산 축소 신고·파산 절차 신청 등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업체의 재산 은닉·채무 회피·야반도주 등을 돕는다. 또 이들은 폐업 직전까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벌여 마지막 한몫을 챙기는 수법으로 수익을 확보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폐업 전문 브로커’의 실체가 드러나 관계자들이 공개적인 처벌을 받은 건 중국 전역에서도 이번이 첫 사례라고 한다. 그간 중국에서는 업체의 불법적인 폐업으로 입은 피해는 민사 영역에서만 구제책을 찾을 수 있었다.

‘폐업 전문 브로커’는 지난 8월 중국에서 화제가 된 신조어다. 올해 부진한 중국 내수 상황과 중국 정부의 관리·감독 지침 등 때문에 많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줄폐업하면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두 학원도 2021년에 시행된 사교육 억제 방침인 ‘쌍감(雙減)’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지침으로 중국 사교육 업계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일부 경영이 어려워진 학원들은 불법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폐업 전문 브로커를 직역하면 ‘프로 폐업러’인데 (한국에서는 ‘자주 폐업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는 ‘프로 채무자(職業背債人)’도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 폐업 과정에서 ‘농민공(생계를 위해 도시로 이주한 농민)’ 같이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차명 등기나 대출 등에 동원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채무자’는 쉽게 말해 수수료를 받고 다른 이의 채무를 대신 짊어지는 사람이다. 통상 대출 기록이 없는 사람의 자산·직업 등을 허위로 꾸며 은행 대출을 받은 뒤 타인에 양도하는 식이다. ‘프로 채무자’가 되면 일시적으론 큰 금전적 보상을 받지만 평생 추심과 도피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 법치일보는 지난 22일 ‘프로 채무자’로 전락하는 농민공이 늘어나고 있다며 불법적인 폐업과 대출이 산업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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