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왼쪽 오른쪽 다 봐야"…친노조 정책 발표 '도로 좌클릭'

2025-03-1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사람이 고개를 왼쪽을 보기도 했다가 오른쪽을 보기도 했다가 하는 것 아닌가”라며 “왼쪽 보고 오른쪽 보고 했다고 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니다. 한쪽만 보는 것은 고집불통”이라고 말했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재명이 이끄는 민생연석회의: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서 주 4일제, 노동시간 단축, 정규직화 등 친노조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민생연석회의는 이해찬 대표 시절부터 소상공인·노동자 등 약자 타깃 정책을 개발해온 당내 기구다. 그간 사회적 ‘을’에 집중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최근 이 대표가 주창한 ‘중도 실용’ 기조가 반영될 것이란 전망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3개 분과(중소상공인·자영업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금융·주거위원회) 선정 20개 민생의제, 60개 정책과제는 기존의 공공 복지성 공약 일색으로 채워졌다.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1월 23일) 때 강조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하는 성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 여럿이었다. 보수 진영이 “기업 죽이는 법”으로 비판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규제 논란을 부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백화점·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공휴일에 강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시중은행에 권고 형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할당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기술 분쟁 시 국가가 중소기업의 증거 수집을 지원하는 방안 등 ‘반(反)시장’ 비판 소지가 큰 정책이 대부분이다.

반면 노동계 요구는 대폭 반영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프리랜서·자영업자 등에 확대하고, 주4일제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 노동자의 실업·산재·육아·질병 손실을 기업이 보호하도록 하고, 자영업자 육아휴직제를 도입하는 한편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국가임금위원회’로 격상해 실질적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방안도 담았다. ‘공공부문 종사자 시민권 보장’ 명목으로 60년 넘게 금지돼 온 공무원·교원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는 정책도 담았다.

이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일각의 ‘도로 좌클릭’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가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하나의 수단”이라며 “최근에 성장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그럼 복지, 분배는 버린 건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말했다.“‘복지도 중요하다’ 했더니 (내가) 왔다 갔다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은색이 아니니까 흰색이겠지, 흰색이 아니면 바로 검은색이야’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건 집행할 과제가 아니라 논의해야 할 의제다. (대선) 공약이나 이런 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안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는 이번 의제 선정을 “사실상 차기 대선 공약 빌드업”(재선 의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국회 기재위원장 출신이자, 20대 대선 때 이재명 캠프 정책총괄을 맡아 ‘숨은 찐명’으로 불리는 윤후덕(4선) 의원이 취합·선정 전 과정을 주도했다.

민주당 정책통 의원은 통화에서 “헌재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까지 60일 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을 위한 외부 정책 조직을 꾸릴 시간이 빠듯하다. 기존 정책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민생연석회의는 이재명표 지역화폐 발행 확대를 1번 과제로 발표했다. 이를 위해 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반적 정책 기조는 점차 ‘기본 사회’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직속 기구인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가 이날 재출범했다. 이 대표는 박주민 의원이 대독한 서면 축사에서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본사회위 제안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입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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