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일려면 수출부터 줄여야하는데?'…이창용 총재가 제시한 '묘수'

2025-03-14

지속가능성장 위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 필요"

향후 정책 방향 대해서는 "소비자 위주 고려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가 당면한 난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저출생 등의 문제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근본적 원인인 각 집단의 이기주의를 완화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새로운 정책 방향성을 언급했단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Global Engagement & Empowerment Forum(GEEF)'의 기조연설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해결방안으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치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은 기후변화, 저출생고령화 등의 문제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가 나빠지거나, 고령화로 인해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우리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막는 큰 걸림돌은 각 집단의 이기주의라고 지적한다. 학계 용어로 '공통재의 비극'이라고 불리는데, 개인은 이기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다른 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아 결국 거시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국제적으로 탄소 감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관계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현실적인 거부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제조업 위주의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탄소 감축으로 제조업이 위축되면 이는 곧 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될 확률이 높다. 실제 유엔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8.0%로 미국(10.3%), 일본(20.3%), 독일(20.4%) 등보다 높다.

이 총재는 이기주의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이 있으면 나라가 발전하지만, 오히려 정치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가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정책적 관점도 제시했다. 과거와는 달리 생산자들도 큰 규모의 이익집단이 되면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할 시기에는 경제가 어려울 때 일정 산업을 지원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 왔다. 그러나 단편적인 생산자 위주 정책으로는 집단 간 갈등만 촉발할뿐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에 대한 예로 사과 수입 문제를 거론했다. 기후변화로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는데, 생산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사과값이 오르면서 사과 수입을 고려하자고 말했다가 농민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지속적인 정치적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대담을 진행한 윤동섭 연세대학교 총장은 그간 이 총재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중앙은행 관료들이 오히려 사회적 문제를 더 다뤄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는 대처하기에 이미 너무 늦은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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