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당' 블루존 무려 50만원…야구 암표 의심 올해만 26만건

2025-10-13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자체 모니터링에 따른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가 최근 5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부정 판매자를 처벌하는 ‘암표처벌법’이 개정됐지만 실효성이 없단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프로스포츠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 건수는 올해 1~8월 25만933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6237건에 비해 4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올해부터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단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목할 만한 증가세다. 2021년 이래로 암표 의심 사례는 만 단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티켓중개사이트 ‘티켓베이’의 올해 암표 신고 건수는 지난 8월까지 집계됐음에도 2만5188건으로 지난해(3613건)의 8배 가까이 뛰었다. 2021~2024년 온라인 암표가 팔리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의 신고 비율이 제일 높았지만, 올해는 8개월 만에 티켓베이가 78.7%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야구 관중이 늘어남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 신고된 온라인 암표 중 97.1%가 KBO 티켓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13일 티켓베이에 접속해보니 이날 오후 6시30분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라이온즈과 SSG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티켓이 원가의 2배 가격인 3만원대부터 팔리고 있었다. 시야가 좋아 ‘명당’으로 불리는 원가 1만7000원의 ‘3루 블루존’은 장당 50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그럼에도 암표 판매 제재는 의심 사례의 1% 못 미칠 정도로 실제 적발과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암표 제재는 신고가 접수될 경우 좌석번호가 확인된 경우에만 예매를 취소하거나 암표 신고 접수를 경고하는 데 그친다. 지난 8월까지 최근 5년간 단속된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는 3917건으로 전체 의심사례 45만7759건의 0.85%에 그쳤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좌석번호를 숨기는 식으로 지능화된 암표가 대부분이라 조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티켓베이 등 플랫폼이 암표 거래 온상으로 부상한 가운데 플랫폼별로 제재 현황을 집계하는 등 후속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적극적인 제재가 어려운 이유로 암표처벌법의 빈틈이 지적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매크로 등 자동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을 대량 구매한 경우에만 처벌되기 때문이다. 개인 간 웃돈 거래와 트위터, 포스타입 등 SNS서 떠도는 암표용 매크로 거래는 제재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 공연법엔 문체부 장관이 ‘부정 판매(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어 티켓을 판매하는 행위)’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언급만 있을 뿐 처벌 근거는 나와있지 않다.

민형배 의원은 “암표는 관람권을 가격 경쟁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불평등을 키우는 민생범죄”라며 “SNS 등을 통해 진화하는 신종 수법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 분야를 주로 다뤄온 백세희 변호사는 “현행법이 암표로 얻는 이득을 상회할 만큼 범죄 억지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결국엔 암표상과 매크로상의 공모 관계를 파악하는 등 공권력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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