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의학 영역을 동물의학 차원으로 넓혀야

2025-03-19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과 민간 중심으로 가축방역 체계를 전환한다는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발표했다. 광역자치단체는 3년마다 예방·관리 대책을, 기초자치단체는 매년 방역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농식품부는 우수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와 함께 방역인력 교육, 가상 방역훈련 등 지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간 산업 생태계도 조성해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 방역, 인수공통전염병 관리 강화 등을 위한 방안들도 포함돼 있다.

가축방역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용을 담당할 인력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어야 한다.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가축방역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핵심 인력으로, 의심축에 대한 예찰·임상검사나 시료 채취부터 주사, 병성감정 의뢰, 역학조사, 소독 점검, 살처분까지 가축방역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다.

하지만 2023년말 기준 가축방역관은 전체 정원의 3분의 1가량이 결원이다. 필요한 가축방역관 정원 1214명 중 활동 중인 인원은 821명으로 393명이 부족하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가축방역관이 부족한 상황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부족 현원 비율이 20% 이상이다. 공중방역수의사를 포함해도 정원 대비 6.9%, 84명이 부족하다.

가축방역관은 반드시 수의사가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의과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수의사 수급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국내 수의과대학은 권역별로 건국대학교를 제외하면 10개 국립대에 모집 정원은 연간 496명가량이다. 수의대는 모집 경쟁률이 높은 인기학과로, 매년 수시 모집 경쟁률이 10개 대학 평균 30대1이다.

2002년 이후 12개 대학에서 수의과대학 신설을 요청했지만 수의사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수의과대학이 신설돼도 그만큼 반려동물 수의사수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의사 중 반려동물 수의사가 50.5%, 임상수의사의 81.9%를 차지한다. 임상분야에서도 반려동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과 민간 중심으로 가축방역 체계를 전환한다면 실제로 역할을 담당할 동물의학 전문인력들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상수의사, 특히 반려동물 수의사 쏠림 현상으로 공공방역 체계에서는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반면, 동물병원에서는 인력 초과 공급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과 민간 중심의 가축방역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일하게 될 동물의학 전문인력의 재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가축방역관 처우 개선과 함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획기적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함은 물론이며,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수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학과 관련한 생태계 전반의 구조 고도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수공통전염병 위험 증가, 바이오산업의 성장, 실험동물 전임수의사 제도 도입 등으로 동물의학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및 가축 진료, 가축방역 등에 국한돼 있는 수의학의 영역을 동물의학의 관점에서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까지 확장해 수의사들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의 구조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축방역을 더 큰 틀과 안목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채종현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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