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도 파동도 없는 양자의 세상

2025-07-09

책상 위 탁구공을 떠올려보라. 우리는 저곳에 탁구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탁구공 같은 물리학의 입자는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다음에는 퐁당퐁당 던진 돌이 만든 물결이 호수 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물결 같은 물리학의 파동은 넓게 펼쳐져서 위치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입자와 파동은 정말 다르다.

탁구공 하나 옆에 하나를 더 두면 두 개다. 하나, 둘, 셀 수 있는 물리학의 입자는 1+1=2를 만족한다. 파동은 다르다. 오르락내리락 위아래로 진동하며 움직이는 파동에서 가장 높은 곳을 마루, 가장 낮은 곳을 골이라고 한다.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가 파장, 마루와 골 사이 수직 방향 거리의 절반이 진폭이다. 파장과 진폭이 같은 두 파동이 한 곳에서 만날 때 마루와 마루가 만나면 둘이 더해져 진폭이 두 배가 되지만, 마루와 골이 만나면 서로 상쇄해 진폭이 0이 된다. 이처럼 파동은 1+1이 2가 되는 보강간섭을 보여줄 수도 있고, 1+1이 0이 되는 상쇄간섭을 보여줄 수도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소음 제거 헤드폰도 상쇄간섭을 이용한다. 헤드폰 밖 소음을 잠깐 녹음했다가 위아래가 뒤집힌 꼴로 출력해서 소음의 크기를 크게 줄인다. 소리가 입자가 아니라 파동이라 가능한 일이다.

눈으로 직접 입자와 파동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 있다. 네모난 판에 위아래로 두 개의 길쭉한 틈을 낸 것이 이중슬릿이다. 탁구공이 지나갈 정도의 틈을 내고 탁구공을 던지면 위아래 두 틈 중 하나를 통과해 건너편 벽에 도달한다. 위를 통과한 탁구공과 아래를 통과한 탁구공은 각각 벽의 다른 높이에 도달한다. 잉크를 묻힌 탁구공을 하나씩 계속 던지면 벽에는 딱 두 개의 띠가 만들어진다.

파동을 이중슬릿에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나의 파동은 두 슬릿에 동시에 도달해 통과하면서 각 슬릿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 모양의 두 파동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건너편 벽에는 두 파동의 마루와 마루가 만나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위치도, 마루와 골이 만나 상쇄간섭이 일어나는 위치도 있다. 빛으로 이중슬릿 실험을 하면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밝은 곳과 상쇄간섭이 일어나는 어두운 곳이 세로 방향으로 여러 번 반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분도 쉽게 머리카락 한 올과 레이저포인터로 실험할 수 있다. 가로 방향으로 머리카락 한 올을 놓고 레이저 불빛을 비추면 머리카락 위아래로 나뉘어 진행한 빛은 건너편 벽에서 간섭해 밝고 어두운 여러 띠를 만든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슬릿 실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입자로 실험하면 두 띠, 파동으로 실험하면 여러 띠가 나타난다.

아주 작은 물리학의 입자인 전자로 이중슬릿 실험을 하면 어떤 결과가 얻어질까? 두 슬릿이 있는 지역을 통과한 전자 하나는 형광물질이 발려 있는 벽에 도착해 반짝 흰빛을 낸다. 두 번째 전자를 보내면 다른 위치에서 반짝. 여기까지의 실험에서 한 전자는 딱 한 곳에 도달하니 탁구공과 다를 것 없는 입자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을 여러 번 계속하면 전자가 도착해 흰빛을 내는 위치가 두 띠가 아닌 여러 띠로 나타난다. 전자는 파동처럼 보인다. 전자가 입자라면 여러 띠 간섭무늬를 설명할 수 없고, 전자가 파동이라면 처음 던진 몇개 전자가 구별되는 위치에서 흰빛을 낸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실로 기묘하다. 전자 하나는 파동처럼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해 자신과 자신이 간섭하지만 벽에서 측정되는 순간 입자로 돌변한다.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은 놀라운 자연의 비밀을 알려준다. 아주 작은 양자역학의 세상은 우리가 익숙한 큰 것들의 세상과는 무척 다르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니며, 동시에 전자는 입자면서 파동이다. 입자와 파동은 우리가 익숙한 큰 것들의 세상에서만 명확히 구별된다. 양자역학을 따르는 전자는 탁구공과 같은 입자로도, 머리카락 실험의 레이저 빛과 같은 파동으로도 분류할 수 없다. 전자는 전자일 뿐, 입자와 파동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전자를 윽박지를 수 없다. 기존의 물리학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면 물리학을 바꿀 일이다. 100년 전 6월의 어느 밤, 작은 섬 헬골란트에서 하이젠베르크가 해낸 일이다. 양자역학은 작은 세상의 기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이상해도 그것이 자연의 참모습이다. 인간의 이해가 자연과 다르다면 바꿀 것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의 이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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