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신 하백이 바다의 신 북해약을 만났을 때 깨달은 것[BOOK]

2025-04-11

삶의 실력, 장자

최진석 지음

위즈덤하우스

중국 황하에 사는 강의 신 하백이 동쪽 강 끝에 다다라 바다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자기를 최고의 신이라고 생각했던 하백은 바다의 신 북해약과 만나고는 한없이 작은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북해약은 그런 하백에게 “이제 비로소 당신과 더불어 대도의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되었소”라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내가 천지 사이에 있는 것은 작은 돌멩이나 작은 나무가 큰 산에 있는 격”이라며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했다. 스스로 반성한 하백도 훌륭하지만 그릇이 한없이 큰 북해약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표상이다.

『장자(莊子)』의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백이 그랬듯 자신의 작은 틀에 갇혀 있지 말고 함량을 최대한 확대해 북해약같이 단단한 내공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동양철학자 최진석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은 장자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하백과 북해약 스토리 해석처럼 내면적 성숙과 실력 함양을 중시했던 새로운 장자를 찾아내는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가 지은 『삶의 실력, 장자』는 적극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현명해지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갈고닦았던 도가 사상가 장자의 진면목에 초점을 맞춘다. 장자를 출세와 같은 세속적인 삶을 하찮게 여기고 원시적 자연성만을 추구한 철학자로 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실력자’로 추앙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내 즐겨야 한다는 자쾌(自快), 근원을 살피는 찰기시(察其始), 틀에 박힌 신념에 빠지지 않고 과감히 결별할 줄 아는 오상아(吾喪我) 등 장자 사상의 핵심 기둥에 관해서도 삶의 실력과 연관해 해석한다.

이 책은 장자의 소요유, 제물론, 추수, 우언 등에 나온 구절들을 단순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자들이 쉽게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회적 지위와 재물, 인기 등에 매몰돼 가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으면서도 반석처럼 두텁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장자의 울림은 230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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