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타 공인 지구촌 최대 소비처다. 한국 농식품의 중요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 현지에서 한국 농식품의 소비 동향과 수출 확대 전략, 업계 트렌드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전문가 칼럼을 연재한다.
지난해 우리 농식품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일본을 뛰어넘어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수출대상국 1위에 당당히 올라섰다. 바야흐로 K-Food 전성시대다.
눈에 띄는 건 즉석밥·떡볶이·냉동김밥·쌀과자·떡류 등 쌀가공식품의 약진이다. 지난해 전체 쌀가공식품 수출액(3억달러) 중 60%(1억7323만달러)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K-Food 수출 확대는 전세계를 넘나드는 케이(K)-콘텐츠의 영향력이 가장 큰 비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 내 쌀가공식품의 수출 약진과 인기 요인은 다음 4가지의 현실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글루텐프리(gluten free·글루텐이 없는)’로 대표되는 쌀로 만든 식품의 인기다. 건강을 위해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글루텐프리는 이제 필수 식품트렌드가 됐다.
특히 밀이 주식인 일부 미국인들은 밀에 함유된 글루텐 성분으로 인해 셀리악병이나 비셀리악 글루텐 과민증에 시달린다. 밀이 들어간 식품군의 알레르기 유발 식품라벨링 표기가 권고 아닌 의무사항인 이유다.
둘째는 한국의 식품위생과 식품산업 기술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다. 즉석밥·냉동김밥에는 놀라운 식품 가공·보존 기술이 녹아 있다. 상온이나 냉동 상태로 긴 시간 안전하게 보관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기술 덕분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내 즉석밥에 대한 수천개 상품평엔 ‘맛있고 간편하다’ ‘갓 지은 듯한 부드러운 식감’ 등의 호평이 특히 많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꿀떡 시리얼’ 열풍 속엔 굳지 않는 떡 제조기술이 한몫했다.
셋째는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밀값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미국 현지에선 주식인 빵·파스타·피자 등의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쌀·귀리·병아리콩 등이 각광받는다. 특히 쌀은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탄수화물로 인식되면서 쌀로 만든 식품군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넷째는 미국 내 아시안 인구의 가파른 증가다. 2020년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아시안 인구는 24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한다. 여러 인종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그룹이기도 하다. 중국·인도·베트남 출신 등 아시안 인구 유입은 향후 미국 내 쌀·쌀가공식품 소비를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중요한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쌀이 과잉생산과 소비감소로 어려움을 겪는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주지역본부에서는 냉동김밥의 대박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신규 품목 발굴과 함께 다양한 홍보마케팅을 통해 미 전역에서 대한민국의 밥심을 제대로 증명해 보이고자 한다. 올해는 어떤 아이템이 대히트를 치며 뉴스 지면을 장식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당부드린다.
윤미정 aT 미주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