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의 도전적 리더십을 기대하면서

2025-09-07

지난달 26일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의 10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록 1단 슈퍼헤비의 화려한 귀환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의도했던 여러 시험을 통과했다고 한다. 이번 임무의 핵심은 위성 적재 및 분리 장치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2단 스타십은 8기의 모의위성을 성공적으로 사출하고 발사 66분 후 대서양으로 내렸다. 이 발사 성공으로 스타십은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머스크의 평생 꿈인 ‘화성 식민지화’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팰컨9 로켓은 재사용을 내세워, 지난해 전 세계 지구궤도 물체 질량의 85%를 발사했다. 올해는 90%가 넘을 정도로 이미 전 세계 발사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이제 파괴적 혁신의 스타십까지 발사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면 우주산업에의 영향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일회용 로켓이 재사용 로켓을 거쳐 항공기처럼 이착륙하는 신속 재사용 로켓으로 발전한다는 로드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발사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 우주개발 아이디어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전 세계 우주경제는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출범 후 1년 넘은 우주항공청

‘기대 못 미친다’ 비판 들려와

차세대발사체 계획 뒤틀리고

관련 산업 일거리에도 빨간불

길을 잃은 우주개발정책?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우주경제 구현을 기치로 내걸고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을 발족시켰다. 뜨거운 관심과 기대 속에서 우주청이 출범한 지 이제 만 1년이 훌쩍 넘었다. 경남 사천이라는 불리한 입지조건에도 우주청 구성원을 착착 뽑아 조직을 갖췄고, 이제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 정부기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주항공 관련 정책·지원·진흥 등의 행정 업무만이 아니라, 임무본부를 설치해 발사체·인공위성·우주탐사·항공의 4대 분야 국가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강력한 조직도 갖추었다.

하지만, 인내심 부족 탓일까. 여기저기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정부의 우주개발이 길을 잃고 있다는 비판에서부터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우주산업 생태계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주청이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초대형 사업인 차세대발사체 개발과 한국형항법위성(KPS) 개발 사업이 이런저런 사유로 비틀거리고 있다. 우주경제에 가려 항공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

우주청은 새로 발족하면서 많은 민간 우주항공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이들이 내외부 전문가들과 조율해 차세대발사체를 세계적 추세인 재사용으로 전환하자는 개발 방안을 위원회에 올렸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부결되었다. 신설된 우주청이 처음으로 내놓은 주요 정책이 거부되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관련 산업계의 지속적인 일거리 확보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들어 미국·중국 등에서 개발 중인 새 로켓들은 대부분 재사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로켓을 개발하려면 사용연료부터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설계를 시작될 수 있다. 그런데 연료 선택에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팰컨9 멀린 엔진의 등유와 현재 개발 중인 재사용발사체들이 채택하는 메탄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이다. 등유를 사용하는 팰컨9은 이미 전 세계를 압도하며 그 성능을 보여줬다. 한데 등유를 사용하는 재사용 엔진은 현재 멀린 딱 하나이다. 왜일까. 등유는 분자구조가 크고 복잡해 완전연소가 힘들어 연소 후 그을음이 생긴다. 이 결점 때문에 재사용 엔진에는 고려되지 않았다. 머스크가 팰컨9의 재사용을 외쳤을 때 전 세계 전문가들이 코웃음을 쳤던 이유이다. 그래선지 메탄이 현재 재사용 연료의 대세가 되고 있다. 우주청이 어느 연료든 빨리 결론을 내주어야 관련 업체들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우주청의 대형사업들이 휘청댈 때 이를 앞장서서 바로 세워야 할 우주청 임무본부장의 활약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주항공개발 임무 추진의 책임자로서 미래 전략을 짜고,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 전체를 총괄하면서 내·외부 문제를 조율하고, 사업 추진 때 어려움을 해결하라고 큰 권한과 책무가 주어진 게 아닌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 우주청의 현황과 우리의 대응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강국 우주청들도 현재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탐사용 로켓 SLS와 우주선 오리온 개발에 9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단 한 번의 발사 실적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는 NASA 예산의 25%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우주탐사에 취해 있다가 연속된 대량 해고로 존립이 위태롭다. 일부 비판자들은 NASA를 ‘아폴로 이후 무발전(No Advancement Since Apollo)’의 약어라고 비아냥댄다. 유럽우주청(ESA)도 새로 개발한 로켓, 아리안6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쟁력 없는 일회용 로켓인데도 개발이 지연되어 이제 겨우 2회 발사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체 위성과 우주탐사선을 미국 스페이스X 로켓으로 올리고 있다. 일본도 유사하게 H3 로켓을 일회용 로켓으로 개발해 몇 기 발사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어려운 처지이다. 러시아도 발사 횟수에 있어 예전에 비하면 손을 놓고 있는 듯하다. 중국만이 어느 정도의 로켓 발사 횟수로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주력 로켓의 발사능력이 낮아 궤도에 올린 총 질량은 예상보다 적다.

다른 우주청들의 고전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를 기회 삼아 도약하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현 정부가 우주청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아니면 현재 리더십을 교체해서라도 우주청이 미래를 기획하고 소신 있게 사업을 밀고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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