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의 그림자 지운 슬롯”…조용하면서도 디테일하게, 아르네 슬롯 우승 비결

2025-04-28

2024년 1월 위르겐 클롭 감독이 시즌 종료 후 리버풀을 떠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다. 거의 모든 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클롭은 단순한 감독 그 이상이었다. 리버풀 정신과 분위기, 그리고 문화 자체를 바꾼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의 후임자는 누구라도 엄청난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20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새로운 지휘자 아르네 슬롯(45)의 리더십 아래서였다. 2부 페예노르트에서 세계 최고 축구판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슬롯은 놀라운 적응력과 차별화된 리더십으로 ‘클롭 이후’라는 거대한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BBC가 29일 전했다.

슬롯은 리버풀 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이었다. 페예노르트에서 성공을 제외하면 잉글랜드 무대에서 검증된 이력은 없었다. 사비 알론소(레버쿠젠 감독) 거취가 불확실했던 시기에 등장한 슬롯은 외부의 회의적 시선을 딛고 리버풀의 새 시대를 열었다.

리버풀은 슬롯 체제 아래 34경기에서 25승 2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었다. 지난해 11월 2일부터 리그 선두를 지키며, 네 경기나 남겨둔 상태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는 조세 무리뉴(2004-05 첼시), 카를로 안첼로티(2009-10 첼시), 마누엘 페예그리니(2013-14 맨시티), 안토니오 콘테(2016-17 첼시) 이후 첫 시즌에 리그를 제패한 극소수 감독 명단에 슬롯을 올려놓았다.

슬롯이 이룬 성공의 핵심은 ‘변화보다 개선’에 있었다. 그는 클롭이 남긴 탄탄한 스쿼드를 기반으로 미세 조정을 시도했다. 수비 조직력을 다듬고, 중원을 더욱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리버풀은 난전과 어려운 경기에서도 꾸준히 승점을 챙기며 ‘못 이길 경기’를 줄였다.

연습 스케줄에도 변화가 있었다. 훈련 전 ‘바디 웨이크업’ 루틴(호흡 운동)을 도입하고, 훈련 시간을 늘리는 대신 강도를 낮춰 부상 위험을 줄였다. 클롭 시절에는 홈경기 전날 선수단이 호텔에 모였지만, 슬롯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각자의 집에서 준비하도록 했다. 전력 관리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페리어디제이션(Periodisation)’ 전문가 루벤 페터스가 페예노르트에서 합류했고, 의무팀을 재정비해 부상 방지와 회복 관리에 주력했다. 페리어디제이션은 훈련 스케줄을 과학적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방법으로 선수들이 최고 퍼포먼스를 특정 시기에 맞춰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 강도·내용·휴식을 체계적으로 조절하는 훈련 계획 기법이다.

선수 개개인의 퍼포먼스도 향상됐다. 모하메드 살라흐는 리그 34경기에서 28골 18도움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월드 클래스 입지를 다졌다. 라이언 흐라번베르흐는 미드필더 핵심 자원으로 급성장했고, 코디 각포 역시 전 대회 통틀어 17골을 넣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슬롯은 선수들에게 직접 데이터 분석을 제시하며 설득했다. 그는 2019-20 우승 시즌과 2023-24 시즌 통계를 비교해 스프린트 횟수와 효율성 저하를 설명했고, 그 결과 선수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퍼포먼스를 개선해나갔다.

슬롯은 리버풀 팬들과의 관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클롭이 마지막 경기에서 ‘아르네 슬롯 송’을 부르며 후임을 축복한 것도 긍정적 분위기에 큰 역할을 했다. 7세 리버풀 팬 아이작 커니와의 특별한 인연은 슬롯의 인간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계 없이 팬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감동을 소중히 여기는 슬롯의 모습은 리버풀 서포터들 사이에서 깊은 신뢰를 쌓았다. 기자회견에서도 슬롯은 유머와 진지함을 적절히 오가며 ‘항상 결과에 따라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승리든 패배든 핑계나 과도한 감정 노출은 없었다. 심지어 챔피언스리그에서 PSG에 탈락한 후에도 “내가 감독으로서 최고 경기를 했던 날”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리버풀은 이번 우승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나란히 20회 리그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198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리그 2연패가 다음 목표다.

리버풀은 이미 살라흐, 판 다이크의 재계약을 완료했지만,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이 유력하다. 스쿼드 보강을 위해 알렉산더 이삭(뉴캐슬), 밀로시 케르케즈(본머스) 등 젊은 선수 영입이 추진 중이다. 리버풀 팬들은 “슬롯이라면 흔들림 없이 다시 팀을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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