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왜 조기 경질됐나…성급하게 팀을 바꾸면서 나만의 축구를 하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2025-10-09

시즌 도중 부임한 감독은 흔히 ‘소방수’라 불린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자기만의 전술로 당장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불안과 냉소로 가득한 팀의 공기를 바꾸는 일이다. 시즌 중 부임한 감독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전임 감독 시스템을 ‘증명 욕심’으로 함부로 무너뜨리지 말아야한다. 새 감독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이 팀은 내가 새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임 감독이 쌓아올린 틀을 완전히 갈아엎고, 그가 잘 쓰지 않던 선수를 전면에 내세워 “나는 다르다”를 증명하려 한다. 이런 행동은 기존 선수들이 그동안 해온 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2023년 4월 첼시 임시 사령탑으로 프랭크 램파드가 부임했다. 램파드는 기존 시스템을 무시했다. 전임감독이 구축한 조직적 압박과 후방 빌드업을 버리고, ‘자신이 키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셋하겠다’며 출전 명단을 대거 바꿨다. 결과는 첫 6경기 전패. 램파드는 팀의 문제를 고치려다 오히려 자신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말았다.

시즌 도중 부진한 팀은 온몸이 아픈 중환자다. 그 때 필요한 건 성급하게 판단해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려는 수술이 아니라 환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신뢰를 회복하면서 수술할 곳과 약물 치료가 가능한 곳, 그냥 둬도 스스로 회복할 곳 등을 구분하는 일이다.

성공한 케이스는 카를로 안첼로티다. 안첼로티 감독은 2021년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이 됐다. 안첼로티는 시즌 중 재부임했을 때 전임 감독 지네딘 지단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았다. 크로스·모드리치·카세미루 라인을 유지하고, 공격진도 벤제마 중심으로 운영했다. 그는 “내 축구를 하겠다”는 것보다 “이 팀이 익숙한 축구를 회복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레알은 안첼로티는 복귀 첫 시즌인 2021-22시즌에 스페인 라리가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두번째 하지 말아야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은 없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부임하자마자 “이 팀은 리빌딩이 필요하다”, “시즌이 끝나면 선수단을 대폭 교체하겠다”고 말하는 감독들이 있다. 선수는 “나는 곧 잘리겠구나”라는 불안 속에서 마음이 얼어붙는다. 특히 베테랑·고연봉 선수들은 체념, 분노에 빠져 팀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소방수 본질은 ‘공감’이다. 시즌 도중 부임한 감독의 첫 과제는 불안과 의심으로 타들어가는 락커에 신뢰와 믿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이다. 불이 난 집에 들어온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새롭게 인테리어하는 게 아니라 신뢰와 안정감으로 불길을 잡는 것이다. 축구의 역사는 이 단순한 진리를 수 없이 반복해 증명해왔다.소방수 감독이 해야 할 일은 불을 끄는 것이다. 불이 완전히 꺼진 뒤 다음 시즌이 오면 그때 새 설계를 하면 된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 65일 만에 울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신 감독과는 못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신 감독이 선수들을 너무 성급하게 바꿨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에서 “시즌이 끝나면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하겠다”는 발언은 트리거가 됐다. 직후 울산은 김천 상무에 0-3으로 완패했다. 울산에는 유럽 무대와 월드컵까지 경험한 최고 선수들이 많다. 주축멤버들은 리그를 3연패하는 동안 노쇠하면서도 몸값은 높아졌다. 여론에 밀려 성급하게 신 감독을 뽑는 구단의 선택, 팀을 급하게 변화시키려는 신 감독의 전략은 모두 큰 실패를 낳았다. 긍정적인 것이라면 울산은 늦지 않게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맞았고 신 감독도 더 큰 상처없이 자성할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 동시에 울산 공신들도 울산과 이별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