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감독은 ‘셰프’···SSG 문승원, LG ‘더블S’까지 운명 가를 ‘불펜 창의력’

2025-10-09

갖고 있는 식재료에 창의력을 더해 최선의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JTBC)’와 어쩌면 비슷한 경합일 수 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병법’부터 다르다. 멀리 보는 장기전을 기약할 수 없다. 질서 있게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주요 불펜투수들의 피로도에 따라 경기별 활용 가능 자원이 명확히 드러나 있는 루틴의 게임이 아닌 벤치의 상상력이 녹아든 ‘올인 승부’가 거의 매경기 펼쳐진다. 가을야구 감독은 ‘셰프’가 된다.

특히 불펜투수 활용법은 활짝 열려 있어 벤치의 결단에 따라 완전히 다른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 삼성과 NC가 맞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2차전 8회 등판한 삼성 외인투수 가라비토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불펜투수로 잠깐 변신했던 가라비토는 2-0이던 8회 2사후 등판해 1.1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는 역투로 살얼음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시리즈를 제외하고는 2경기 뒤 이동일이 생기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연투 부담이 적은 핵심투수들이 전력을 다해 던지기 때문에 큰 점수차로 승부가 기우는 경우가 드물다. 선발투수가 흔들린다 싶으면 교체 카드를 서둘러 꺼내기도 한다. 승부처에서 올라오는 불펜투수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시리즈별로 불펜진 세팅도 달라진다.

9일 시작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가라비토가 다시 선발로 돌아갔다. 반대편의 SSG는 정규시즌 선발요원이던 우완 문승원을 불펜으로 돌려 ‘전천후’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선발 한 자리는 좌완 김건우가 맡을 가능성 큰 가운데 SSG는 정규시즌 불펜 자책 1위(3.36)의 구원진에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플레이오프에 선착해 있는 한화 또한 불펜진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폰세-와이스-류현진-문동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4인 선발 카드를 선명히 쥐고 있다. 여기에 선발로도 활용 가능한 우완 정우주와 좌완 황준서 등이 나눌 역할 수행력이 전체 전력 높이를 결정할 전망이다. 한화 또한 마무리 김서현까지 이어지는 7~9회 승리조는 드러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얼마든지 상대 벤치 계산을 흔드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정우주는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있는 LG와 정규시즌 최종전 선발로 등판해 3.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진 이력도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외인투수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돌려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던 LG 역시 한국시리즈 마운드 운용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우선은 국내파 선발진의 좌완 ‘더블S’ 손주영과 송승기 중 한명을 불펜으로 돌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염경엽 LG 감독은 정규시즌을 마치면서 포스트시즌 전체 흐름과 상대팀 특성에 따라 불펜 전환 선수를 선택하겠다는 기준점을 일단 밝혔다. 예컨대 선발진이 막강한 한화가 한국시리즈 상대가 된다면 선발진에 더 힘을 주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손주영과 송승기는 올시즌 나란히 11승6패를 거뒀다. 손주영이 평균자책 3.41, 송승기가 3.50으로 세부기록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큰 경기 경험 등이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선발 경쟁력에서 손주영이 살짝 우위에 설 수 있다. 가을야구 최후 무대에서 LG를 만날 팀 벤치에서도 궁금해질 문항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