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제14화. 장롱 안에 숨은 남자
침묵 속 직감의 신호
방 안을 훑는 시선이 장롱 앞에서 멈췄다.
형사의 직감이란 오랜 시간 몸으로 새겨진 경험의 집합체다.
평범한 가정집의 장롱,
그러나 그 앞에서 우리는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차갑게 식은 공기, 숨조차 삼켜버린 듯한 정적 속에서 몸속 어딘가가 신호를 보냈다.
이불 밑도, 화장실도, 베란다도 아니었다.
숨을 곳이 있다면, 오직 이곳.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오래된 촉이 그렇게 속삭였다.
장롱 앞으로 다가서는 순간, 안쪽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기운이 느껴졌다.
두려움일까, 체념일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버티려는 인간의 본능일까.
손잡이를 잡는 윤 팀장의 손끝에 긴장이 맺혔다.
맞은편에 있던 김 형사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천천히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그가 있었다.
웅크린 채, 시간이 멈춘 듯한 몸짓으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기운만큼은 손에 잡힐 듯 선명했다.
나오세요. 장롱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지만 내 심장은 느리게, 그러나 강하게 뛰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어깨만 작게 들썩이며 장롱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고개는 깊이 숙여 있었고,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이미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의 체취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