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자, 실패비용, 사후보전 손실, 안전사고'. 17일 찾은 LG이노텍 구미 4공장에 없는 4가지다. '4무(無) 공장'을 표방하는 이곳은 LG전자 PDP 공장이었던 것을 LG이노텍이 인수해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 허브로 탈바꿈 시킨 공장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최신 I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고 '드림 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AI칩 등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해 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이다.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는 칩의 크기와 내부 회로 사이 간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어주는 부품이 필수적인데 이 역할을 FC-BGA가 한다. LG이노텍은 2022년 이 사업에 진출했다.
◇철저한 이물 관리가 품질의 시작…'터치리스' 무인화 공장 구현
드림 팩토리는 축구장 4개 크기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작업자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자율주행로봇(AMR) 수십대가 쉴 새 없이 오가며 자재를 운반한다. 공정이 완료된 제품을 다시 적재하는 일도 AMR의 몫이다. LG이노텍은 장비 유지·보수 등 필수 인력 외에 10여 단계에 걸친 FC-BGA 공정과 물류 시스템을 모두 무인화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은 “자동화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모든 이물과 수율 저하의 원인이기 때문”이라면서 “호흡만 해도 이물이 발생하고 수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사람이 터치를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훨씬 더 높은 수율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각 공정 장비에 설치된 카메라와 수백 대의 CCTV로 공장 전체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LMS)을 갖췄다. 통합관제실에 대형 화면을 통해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제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품질 현황 등을 한눈에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AI 기반 품질 검사 무인화…'투명성'으로 고객 신뢰도 제고
검사도 자동화했다. 모든 설비 투입구와 배출구에 카메라가 설치돼 두께, 크기 등 스펙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검사한다. AI 비전검사를 통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단축했다고 LG이노텍은 설명했다.
박준수 FS생산팀장은 “모든 제품에 공정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장치를 부여해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이 정보를 추적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투명성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가장 인상깊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드림 팩토리에서는 FC-BGA 생산 관련 하루에 20만개 이상의 파일, 100GB에 달하는 데이터가 생성된다. LG이노텍은 모든 설비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생산과정 전반에 걸친 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를 불량 예측과 검사 시스템에 적용해 불량 발생을 줄일 수 있었다.
◇'엣지코팅' 공정 도입... 서버용 FC-BGA 진출 준비 완료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PC용 FC-BGA 본격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추가 확보했다. 내년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FC-BGA에 진출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분진 발생을 차단하는 '엣지 코팅'과 같이 서버용 FC-BGA 제품 공정 시 필수로 사용되는 설비 도입도 이미 완료했다.
박준수 팀장은 “제품의 엣지(모서리)에서도 미세한 이물들이 떨어져 불량 원인이 될 수 있는데 기존 생산 방식에서는 이런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LG이노텍은 이를 막기 위해 패널(원판)의 모서리를 에폭시 소재를 이용해 코팅하는 특수 공정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기판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미세 회로 패턴을 기판에 직접 새기는 '재배선층(RDL) 기술', 소자를 기판에 내장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소자 임베딩 기술', 휨 현상을 방지하는 '멀티레이어 코어(MLC)' 등을 2027년까지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유리기판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연말부터 시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구미 4공장이 유리기판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 “FC-BGA 사업 내후년 손익분기점 달성”
“보통 투자 비용이 5년 정도 감가상각비로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후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내후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 부사장은 “'드림 팩토리'의 높은 수율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FC-BGA 사업을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FC-BGA가 아닌) 다른 기판 수율은 95% 이상이라 수율 경쟁이 큰 의미가 없지만 FC-BGA는 평균적으로 90%, 난이도가 높은 제품의 경우에는 수율이 50%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드림 팩토리의 수율 향상이 큰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올해 PC CPU용 FC-BGA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빠르면 내년 서버용 FC-BGA 시장 진입 등 하이엔드급 FC-BGA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