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도 유행?

2024-10-02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천재들을 더러 접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켜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연 위인들이다. 성취한 업적 외에 머리 좋은 것으로 유명한 사람들도 있다. 현대 컴퓨터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존 폰 노이만은 사진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장편 소설도 한 번만 읽으면 몇 년 후에도 잊지 않고 정확히 암송할 수 있었다 한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푸는 능력도 탁월해, 그 당시 뛰어난 수학자와 과학자들도 추종을 불허했다. 5개 국어도 구사했는데, 이는 최소 13개 국어에 능통했던 이론 물리학자 머레이 겔만에 비하면 약과이긴 하다.

과학 외에 창조력과 재능을 요구하는 분야에도 천재들이 있다. 음악에서도 동서고금을 걸쳐 전설적인 명인 명창들이 두루 있다. 그런데 정량적 과학 분야에서는 20세기의 천재들처럼 기막히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요즘은 잘 안보이는 것 같다. 아주 똑똑하고 신기하게 일 잘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널리 회자될 정도로 머리가 좋은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이에 여러 이유가 있겠다. 연구 분야가 다양해지고 조직화한 현대 과학계에서는 두루 알려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주요 연구 분야 중 수학 실력이 주도적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생명 과학은 물리적 접근이 도입되고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워낙 많고 정밀 실험도 어려워 아직도 경험 과학의 성격이 짙다.

이 외에 정량적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비상한 지적 능력의 학도들이 상대적으로 덜 와서 안 보이는 것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과거 판소리 명창들이 나오던 시대에서 K팝 스타들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듯이. 연구하는 데는 많은 요소가 있어 장기 자랑에 나올 정도로 머리 좋은 것이 필수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두 명쯤 나오는 것은 분야 전체에 도움과 자극을 줄 수 있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될 것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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