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에 코미디 입혀…영화에 패러디 도입 첫 영화

2024-10-03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개봉 50년 명작 시리즈

<14·끝>영 프랑켄슈타인

코미디↔호러 쌍방향 전환 브룩스 연출력 탁월

슬랩스틱과 다른 패러디 코미디 시대 활짝 열어

카메라가 따라가는 곳은 오래된 성, 공포가 엄습해오고 곧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날 것 같은 예감.

그러나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간다. 곧바로 코믹 모드로 전환되는 반전의 시작. 놀라운 상상력, 패러디 영화의 거장 멜 브룩스 감독의 호러 코미디 ‘영 프랑켄슈타인(Young Frankenstein)’의 첫 장면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우리가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아 왔던 몬스터의 이름이 아니다. 이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1974년 개봉된 브룩스 감독의 ‘영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몬스터 장르 영화 중 하나다.

세계 최초의 SF 소설가 메리 셸리가 그녀 나이 18세 때 영국에서 ‘프랑켄슈타인’ 초판을 발표한 것은 1818년의 일이다. 소설의 대범함과 깊이 때문에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1910년 무성영화 시절의 ‘프랑켄슈타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65편에 이른다. TV와 애니메이션 등을 합하면 수백 편에 이른다.

브룩스 감독의 ‘영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 제임스 웨일이 연출한 전설적 공포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작품이다. 컬러의 시대 1970년대에 1930년대의 원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드물게 흑백으로 촬영됐다.

1926년 뉴욕에서 출생한 브룩스는 오늘날 가장 흔한 풍자의 형태인 ‘패러디’를 영화에 도입한 최초의 감독이다. 패러디 코미디 장르의 실질적인 창시자 브룩스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막스 형제와 같은 이전 세대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차별화된 패러디 코미디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전형적인 호러 몬스터 장르의 외형을 띄고 시작하는 영화는 브룩스 특유의 상상을 뛰어넘는 패러디와 디테일로 가득 차 있다. 브룩스 영화의 단골 배우인 진 와일더가 전성기 시절의 개그로 영화의 웃음 코드를 이끌어 간다.

시체를 되살렸다가 세상을 혼돈 속으로 빠뜨렸던 할아버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악명 때문에 자신이 손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뇌 전문 외과의 프레더릭 프랑켄슈타인(진 와일더). 하지만 할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그가 살았던 트란실바니아의 거대한 고성으로 향한다.

백치미의 하녀 잉가와 괴물보다 더 무섭게 보이는 프랑켄슈타인 가문의 하인 아이고르의 안내를 받아 성에 도착, 할아버지를 돌보던 하녀 프라우를 만난다. 천둥 번개 치는 음침한 성에서 잠을 자던 그는 이상한 바이올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고 소리를 찾아가다 할아버지의 비밀 실험실을 발견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실험 기록들을 훑어보다가 전율하는 프레더릭!

거구의 사형수의 시체 앞에 선 그는, 할아버지의 미완성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아이고르에게 냉장실에 보관되어 있는 뇌를 가져오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고르의 엉뚱한 실수로 비정상(abnormal) 뇌를 이식, 몬스터가 태어난다.

사람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순간, 잠에서 깨어난 괴물은 프레더릭을 죽이려 한다. 마취제로 괴물을 기절시켜 묶어 놓았지만 언제 다시 깨어날지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두려워하고 캠프 형사가 프레더릭을 찾아온다. 프레더릭은 자신은 할아버지처럼 미치광이가 아니고 괴물도 만들지 않을 거라 말한다. 그 순간 깨어나 울부짖기 시작하는 괴물.

프라우는 괴물에게 동정심을 느껴 그를 풀어준다. 마을을 전전하던 괴물은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다가간다. 프레더릭은 할아버지의 연인이었던 프라우가 바이올린으로 자신을 실험실로 유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바이올린 소리로 괴물을 다시 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를 지성인이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고 자신의 뇌 일부를 그에게 이식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멸시에 괴물은 괴력을 발동하고 실험실에서 탈출한다. 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마을을 혼란 속으로 빠뜨린 프레더릭을 죽이려 한다. 이즈음 프레더릭과 잉가는 연인으로 발전하고 때를 같이해 약혼녀 엘리자베스가 찾아온다. 괴물에게 납치당하는 엘리자베스, 그의 거대한 남성에 반하여 괴물과 사랑에 빠진다.

뜻하지 않은 두 커플의 탄생으로 마을은 다시 평화로워진다. 잉가가 프레더릭에게 묻는다. 당신은 괴물에게 뛰어난 지성을 주었는데 괴물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느냐고? 프레더릭이 괴물로부터 받은 ‘거대한 남성’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영 프랑켄슈타인’은 미치광이 과학자들이 오로지 자기만의 욕망을 위하여 저지르는 반인륜적 행위들로 가득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장르의 효시 격인 작품으로 기억되며, 말도 안 되는 저급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영화사에 걸작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장면 장면마다 코미디를 호러로, 호러를 코미디로 전환하는 브룩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이다. 패러디의 전형을 만들어 낸 그는 1930년대 원작에 억지스럽게 충실하면서도 그만의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다.

브룩스 감독은 1974년 두 편의 패러디 코미디 ‘불타는 안장’과 ‘영 프랑켄슈타인’을 발표한다. 그가 두 영화를 통해 보여준 초현실주의와 저속한 슬랩스틱은 당시로써는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그의 최고의 영화라고는 볼 수 없다. 브룩스의 대표작으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브로드웨이의 인간군상들을 충격적이고도 예리하게 풍자한 데뷔작 ‘프로듀서’(1968)가 아닐까 한다.

브룩스는 우디 앨런에 앞서 유대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영화에 사용한 감독이었고 앨런과 오랜 기간 협업을 했다.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앨런과 브룩스 중 누가 더 유대인을 대표하는 감독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배우, 코미디언, 작가, 감독으로 활동한 브룩스가 미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이너 중 한 명이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나이 올해 98세.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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