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타임스] 리니지, 한국 MMORPG의 역사에서 위기의 상징으로

2025-01-10

게임 IP(지적 재산권)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게임사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IP 타임스'는 각 게임사의 대표 IP가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해왔는지 짚어보며 게임 산업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게임사의 IP 전략과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때 각 게임사가 가진 성공 스토리뿐만 아니라, 사건과 논란을 통해 게임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FETV=신동현 기자] 1998년 9월 3일,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리니지'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혈맹 시스템과 공성전 같은 혁신적인 게임 요소를 도입하며 국내 MMORPG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했고, 서비스 시작 후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 게임 업계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금 논란과 유저 이탈, 그리고 최근의 구조조정 사태까지 겪으며 위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창립자 김택진 대표의 주도 아래 개발됐다. 초기 개발에는 송재경 등이 참여했다. 송재경은 이전에 넥슨에서 '바람의 나라'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게임은 신일숙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을 기반으로 하며 중세 유럽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아덴 왕국'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PC통신 기반 MUD(Multi User Dungeon)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엔씨소프트는 그래픽 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MUD 게임이란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으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가상 세계를 탐험하거나 대화, 전투, 퀘스트 수행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멀티 유저 게임의 초기 형태다. 그래픽이 없어서 플레이어는 명령어를 입력해 게임을 진행해야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go north" 또는 "attack orc" 같은 텍스트 명령어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거나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었다.

리니지는 그래픽 환경을 제공하며 혈맹 시스템과 공성전 등 유저 간 협동과 경쟁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는 게임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리니지의 성공을 이끈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리니지는 출시 후 15개월 만에 국내 온라인 게임 최초로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고 2001년에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엔씨소프트의 상징적인 IP로 자리잡았다. 2004년에는 글로벌 누적 매출이 1조 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을 거뒀고 이후 서비스 시작 후 최초로 100만 회원을 돌파하며 온라인 게임 시대를 열었다.

2003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후속작 리니지2를 출시했다. 리니지2는 우리나라에 3D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니지2는 게임 내 그래픽을 전부 3D로 구현하며 당시로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리니지2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3D PC MMORPG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컴퓨터 시장에서는 고사양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PC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일본에서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6년 12월 출시 이후 1달 만에 누적 매출 206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6월 21일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을 출시했다. 리니지M은 출시 직후 국내 앱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 11월 27일에 출시된 '리니지2M'은 사전 예약자 수 738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1년 11월 4일에는 글로벌 원빌드 게임 '리니지W'가 출시되었고, 다수 국가에서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다. 2022년에는 리니지 IP의 누적 매출이 약 14조3700억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강력한 수익원을 유지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다양한 사건과 논란도 함께 했다.

2002년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 게임에 사전 등급제를 도입하며 리니지를 18세 이용가로 지정했다. 이에 게임 업계와 유저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하는 '리니지 파동'이 일어났다.

리니지2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바츠 해방 전쟁'이다. 2004년 리니지2 서버 중 하나인 '바츠' 서버에서 특정 혈맹이 과도한 세금 부과와 독점적 경제 활동을 통해 서버를 장악하자 이에 반발한 유저들이 힘을 모아 대규모 전쟁을 일으켰다. 이 전쟁은 게임 내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현실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 의미를 크게 부각시켰다. 바츠 해방 전쟁은 단순한 게임 내 충돌을 넘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온라인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때 4년간 2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참여했고 엔씨소프트는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리니지의 커뮤니티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 바 있다.

2017년에는 리니지M의 거래소 기능 제외가 논란이 되었다. 출시 직전 개인 간 거래 등 거래소 콘텐츠가 제외된 상태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저들의 반발이 있었다. 거래소 기능은 게임의 경제시스템을 구현하는 근가능로서 MMORPG에서 중요한 아이템 판매와 직결돼 이용자의 몰입도와 게임의 매출에 영향이 큰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11% 하락하기도 했다.

2019년 리니지M의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엔씨소프트는 강화 실패 시 이전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지만, 기존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문양을 완성한 최상위 유저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해당 기능을 삭제하고 시스템을 롤백했으나 과금 유저들에게 현금 환불 대신 게임 내 재화로 보상하면서 유저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은 과금 모델의 공정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2023년에는 리니지M에서 시가 1억 원 상당의 아이템을 둘러싼 유저 간 분쟁이 발생했다. 엔씨소프트가 해당 아이템을 회수하자 유저가 약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게임 내 재화의 소유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기준, 리니지 IP 기반 게임들은 여전히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대비 리니지 IP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엔씨소프트는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독립스튜디오 체제를 택하는 등의 변화를 꾀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IP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4년에 출시된 신작 'TL(쓰론 앤 리버티)'이다. TL은 기존 리니지와는 다른 방식의 MMORPG로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했다. 또한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게임 개발에 집중하며 리니지 '원툴' 회사라는 이미지의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올해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LLL, TACTAN(택탄) 등 회사가 직접 개발 중인 대작 3종과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타임 테이커즈 등 외부 스튜디오 투자 퍼블리싱 판권을 확보한 IP 2종까지 총 5종의 신작을 예고했다. 전문 분야인 MMORPG부터 슈팅, 전략, 서브컬처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해 다시 반등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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