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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소비 시장의 키워드는 몰아보기(binge-watching)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 덕분에 하루 날 잡아 콘텐트를 ‘폭식’하는 소비 방식이 일반화됐다. OTT는 거대한 뷔페식 콘텐트 상차림을 집안 곳곳의 스크린으로 나른다. 몰아보기는 교육 효과도 좋다. 예컨대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이 나오는 명품 법률 드라마 ‘슈츠’는 법정의 세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언제부턴가 ‘단일 품목 영화 맛집’인 영화관에서 나와 며칠에 걸친 여운과 울림에 잠기던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이 됐다. 전통적인 방식이 간판을 내릴지,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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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후,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탄 K콘텐트의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넷플릭스의 막강한 자본력과 오리지널 콘텐트 전략, 현지화 전략을 우군으로 삼은 K콘텐트의 적응력이 빛났다. 해외 매체의 찬사 속에 대한민국 콘텐트 창작 산업은 꽃길을 기대했다.
언제나 그렇듯, 산업 전망은 장밋빛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우리 콘텐트 창작업계는 글로벌 유통을 전제로 하는 ‘넷플릭스향(向)’ 창작에 올인하는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해외에서도 지명도 있는 제작 인력을 선정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스타 배우, 상업적으로 이미 검증된 감독, 자본을 ‘영끌’할 수 있는 대형 제작사로 라인업을 짠다. 안전한 성공 방식을 선택한 콘텐트 생산에 창작 인력과 자원이 집중된다. 글로벌 플랫폼에 선택받는 작품만 살아남는 구조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정형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K콘텐트의 다양성이 내리막길로 내몰리고 있다는 신호도 분명하다.
독립·예술영화의 위기는 곧 상업영화의 위기다. 독립·예술영화는 인재의 공급원이자 창의성·다양성·혁신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1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독립·예술영화는 2019년 대비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중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한 한국 영화는 단 두 편이었고 나머지는 미국·일본·영국·중국 영화였다.
우리는 ‘자막 영화’, 즉 비영어권 영화의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다. 모든 나라가 K콘텐트의 성공을 복제할 수 있다. K콘텐트는 ‘자기 성공의 희생자(victim of one’s own success)’가 될 것인가.
착시일지도 모르는 일시적 호황에 취해서 지속가능한 콘텐트 생산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소재 다양성과 ‘K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창작 인력 양성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자생적 경쟁력을 키우는 ‘콘텐트 유통 골목상권’의 활성화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