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컬럼비아대학에 대해 교내 반(反)유대주의를 방치했다면서 4억 달러(21일 최종 환율 기준 5862억 원) 규모의 연방보조금과 연방 계약을 취소한다고 발표하자 대학 측이 반유대주의 억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컬럼비아대 간의 옛 '악연'이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과거 컬럼비아대가 캠퍼스 확장을 검토할 당시 트럼프 소유 부지를 검토하다가 이견으로 거래가 깨진 일화를 소개하며 "트럼프가 이 일을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1990년대 말부터 컬럼비아대는 과밀해진 캠퍼스의 확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트럼프는 2000년 이 소문을 듣고 대학 측에 자신이 1970년대 초부터 갖고 있던 리버사이드 사우스 부지를 제안한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쪽의 링컨센터와 허드슨강 사이의 땅으로, 컬럼비아대 캠퍼스와는 2마일(3.2㎞)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트럼프는 이 프로젝트에 '컬럼비아 프라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의욕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컬럼비아대와 트럼프 측은 1년 가량 협상을 진행했으나 부지 가격을 두고 큰 입장 차를 보이면서 결렬됐다. 트럼프 측은 4억 달러(5862억 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2000년 한 회의에서 컬럼비아대 측이 고용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부동산팀이 6500만~9000만 달러(952억~1318억 원)를 제안하자 트럼프는 이에 격분해 회의 시작 5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트럼프 측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컬럼비아대는 캠퍼스 바로 옆의 할렘 지구 쪽으로 확장을 결정한다. 트럼프는 당시 컬럼비아대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컬럼비아 프라임은 위대한 남자가 생각해낸 훌륭한 아이디어였는데 컬럼비아대의 형편없는 리더십으로 무산됐다"면서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 총장을 "멍청이"(dummy)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NYT는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전직 대학 관계자 중에는 당시 부동산 거래가 실패로 돌아간 일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컬럼비아대에 몰두하는 데에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조용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컬럼비아대에 대해 취소하겠다고 한 연방 보조금 및 연방 계약 규모가 25년 전 협상 결렬 당시 부지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인 4억 달러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