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의 신춘문예는 작년보다 응모 편수가 상당히 많았다. 심사를 하는 일이 한국 시단의 가능성 내지는 응모자 개개인의 잠재태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해서 기쁜 과정이었다.
수백 편의 심사 대상 작품에는 시적 구성과 긴밀도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반면에 작품의 흐름에 상관없이 어려운 문장이나 어울리지 않는 수사를 끼워놓은 듯한 응모작도 좀 있었다.
이번 심사의 요목은 응모한 편수가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첫 번째였다. 이는 응모자가 앞으로 이룰 시적 성취를 가늠해보는 일이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신춘문예 응모작다운 패기나 당돌한 상상력 등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이인희의 ‘우산, 날개를 펴고’와 신양옥의 ‘망설이는 동안’, 임수율의 ‘소가 라디오를 먹는다’와 신동신의 ‘벽의 문진’ 그리고 이영화의 ‘소금이 오다’였다.
다섯 분의 작품을 반복해서 읽었다.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임수율의 ‘소가 라디오를 먹는다’였다. 같이 보내온 ‘그릇을 읽는다’도 수작이었다. 둘 중 한 작품을 고르는 일은 어려웠다. 쉽게 읽히지만은 않겠다는 불통과 술술 읽히는 소통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신춘문예라는 특성을 참작하여 ‘소가 라디오를 먹는다’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소가 라디오를 먹는다’는 우리가 흔히 먹는 소머리 국밥 한 그릇이 얼마나 많은 과정으로 완성되는가와 소머리 국밥 한 그릇 속에는 얼마나 많은 과거가 들어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게 한다. 과정과 과거를 다 겪어내고 내게로 온 소머리 국밥 한 숟가락이 신앙처럼 경건해지기까지 한다.
‘소’와 ‘라디오’라는 이질적인 소재 둘을 연결하는 과정을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소처럼 느릿느릿 안내하는 내공도 지녔다. 또한, 소의 상징이 얼마든지 확장될 여지를 남겨둔 채로 이 작품을 마무리했다. 심지어 작품 안에서 약간 터덕거리는 수사나 연결조차 작가가 의도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오래 정진하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김영(시인, 석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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