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2024-10-0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검정 대리석에 새긴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이 있다. 이 각석의 크기는 높이 200.9㎝, 두께 11.8㎝, 너비 122.8㎝다. 조선 왕조를 수립한 태조 이성계는 왕조의 정통성과 권위의 표상으로 새로운 천문도 갖기를 염원했는데 이에 1395년(태조 4) 권근 등 12명의 천문학자는 천문도를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에 새겼다.

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에 제작된 석각천문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 천문도는 중국 남송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 1241년)’ 각석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인데, 새겨진 별의 숫자에 있어서는 순우천문도의 1,434개를 넘어 1,467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순우천문도’와는 달리 실제 밝기에 따라 밝은 별은 크게, 희미한 별은 작게 그려져 있으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북반구에서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별자리가 이 천문도에 새겨져 있어 조선 초 천문학 수준이 세계적이었음을 말해 준다.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 <별>에서 “하늘에 별이 보이니 /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라고 노래한다. 조선 초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돌에 새기고,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라 이르고, 이 각석을 통해 풀과 나무 사이로 별을 보고, 또 그사이에서 사람들을 보았나 보다. 그는 오히려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살 만큼 살면 마음의 별이 보이는가 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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