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기후 변화 대응 속도 늦추지 말아야

2025-03-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탈퇴다. 탈퇴 과정은 유엔 기후 기구에 공식 통보한 날로부터 1년이 걸릴 예정이다. 이 결정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역사적 기여국인 미국을 글로벌 협정에서 제외시키게 된다. 미국은 연례 기후 협상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이전보다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기후 정책 변화는 기후 대응 기술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가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기후 대응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도 있다. 미국의 민간기업과 민간기구는 연방 정부 지원 없이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기후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 또 국제사회는 미국의 탈퇴에도 기후 변화 대응을 계속할 것이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기후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기후 대응 기술의 미래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과 국제사회 노력에 달려있다.

민간 주도의 기후 대응 기술 중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는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꼽을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는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을 제공한다. 에너지 효율성 향상 기술은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소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효율 HVAC 시스템, LED 조명, 고효율 가전제품, 고효율 산업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에너지 고효율 건축 기술과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도 경제성이 높은 기후 대응 기술로 꼽힌다. 이런 노력을 하는 기업이나 단체, 조합에 대한 격려와 지원은 개인 소비자로부터 출발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 국제사회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외에도 기후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민간기구가 있다. 국제 민간기구들은 기후 변화에 맞서 정부나 국제기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 변화 영향 완화를 위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 건설 지원,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및 보급, 산림 복원, 에너지 절약 캠페인, 저탄소 기술 개발 및 보급 등이다.

두 곳의 민간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하는 가이던스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최소한의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IATA는 2050년 2005년 대비 50%의 탄소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제시하고 연료효율향상과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개발 및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해운 산업 규제 기관인 IMO는 선박별 운항데이터로부터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감축량을 결정하며 설계시 반영할 에너지효율도 제시하고 있다. 또 저탄소 연료로 선박연료를 전환하는 전략과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했다. 지금 미국을 보고 속도를 늦춘다면 우리는 NDC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고, 자칫 국제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 있다. 민간기구와 민간기업을 필두로 국제사회는 우리보다 잰걸음으로 앞으로 나가고 있다. 경제성 높은 재생 가능에너지 사용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각 분야 민간기구의 기후대응 관련된 가이던스를 준수하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발 맞추는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하성용 에어레인 대표 haven@airra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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