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후퇴땐 수출액 35조 증발…"파기보다 핀셋 개정이 더 유리"

2025-03-17

국내 연구기관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후퇴해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은 미국이 전 세계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제조업 생산량이 2023년보다 0.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60%, 중국 외 국가들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2022년 대비 13조 4800억 원(1.28%) 줄고 부가가치가 7조 9200억 원(0.35%)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전 세계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를 가정했는데 이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지난해 총수출액의 3.5%에 달하는 241억 달러(약 35조 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분석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 이미 한 차례 한미 FTA 개정 여파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미 FTA 개정 의정서가 발효된 2019년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수지는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 직전인 2017년(952억 달러)보다 59.1% 급감했다. 반도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상황에서 한미 FTA 개정 여파로 자동차·철강 수출까지 주춤해진 영향이 컸다.

산업계에서는 직전 한미 FTA 개정 때보다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산 차량에 안전이나 환경 기준이 면제되는 차량 대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면 한국 기준 인증을 또 거쳐야 하고 폐자동차 유해 물질 규제의 경우 미국에 해당 규제가 없어 요건을 준수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수입 자동차 규제를 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유전자변형(LMO) 감자·소고기·쌀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 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검역 규정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라며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발생한 적 없는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기준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LMO 감자 수입 개방도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의약품·의료기기, 금융·데이터 규제 등 추가 시장 개방 요구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파기되는 것보다는 개정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자문위원장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호관세 부과 후 양자 협상’이라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은 협상을 염두에 두고 상호관세를 상당히 높게 부과하겠다는 예고로 보인다”며 “이때 최악은 현재 멕시코·캐나다처럼 높은 관세가 부과된 뒤 양자 협상의 장도 마련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FTA 협정국에도 예외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면 그 자체로 현행 한미 FTA는 무효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후 고율 관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 한국에는 더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핀셋 개정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데미지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미 FTA의 운명을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FTA를 관장하는 미 USTR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이번에 USTR이 아닌 국무장관이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며 “국무장관이 (FTA) 소관 부처를 대변해서 말을 했다기보다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USTR에서 보다 분명한 발언이 나올 때까지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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