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3일 예정된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경영권을 노리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막판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지켜야 하는 입장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강한 우려의 분위기 속 "충분히 대비해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우호세력 결집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포섭이 수단인 상황에서 의결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싸움이 예상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1월 23일 임시주총을 소집한다. 지난 20일로 주주명부가 폐쇄되면서 지금부터는 주주 설득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예고된다.
현재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 격차는 '6~7%p'까지 벌어졌다. 지난 19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 주식 1.13%를 추가 매수했다고 공시하면서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40.97%로 늘어났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46.71%'로 과반에 가까워졌다.
최 회장 측도 지난달부터 장내 매집을 통한 지분 확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최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17.5%다. 여기에 베인캐피탈을 비롯해 현대자동차·한화·LG화학·트라피구라·모건스탠리·조선내화 등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지분을 모두 합하면 최대 34.35%, 의결권 기준 39.17% 수준이다.
최윤범 "충분히 예측·대응" 자신감
사실상 MBK·영풍 연합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커지자 최윤범 회장은 곧장 동요하는 임직원을 향해 "대응 준비 충분히 해왔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려아연은 MBK의 지분 매집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열세인 지분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그 대응책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남은 한 달간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를 비롯한 주주 포섭이 유일한 방법인 만큼 주주 설득을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치열한 위임장 확보전에 앞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양상으로는 MBK·영풍 연합이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고는 하지만 '과반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승패의 향방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MBK는 "자력으로는 못 이긴다"는 이례적 선언을 하기도 했다. 김광인 MBK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하는 우호 세력들이 전부 최 회장 편을 들고, 나머지 주주들도 다 저쪽 편에서 서면 저희가 이길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초기에 일찌감치 전고체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선정을 추진하면서 '적대적 M&A'에 맞서 경영권 사수의 명분을 쌓아 국민연금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더 거세진 여론전···'캐스팅보트' 표심 자극
현재 국민연금과 기관·소액주주들의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의결권 지분은 17%로 추정된다. 다만 기존 '7.48%'였던 국민연금의 지분이 4% 수준으로 축소됐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이 경우 추가적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은 1표라도 더 얻기 위해 각자의 명분과 실리를 내세우며 위임장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려아연이 MBK를 상대로 '외국인 투자자 논란'의 불씨를 붙이고 막판 여론몰이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상 승부의 추가 많이 기운 상황에서 MBK를 향한 각종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중국을 비롯해 대부분이 해외 자본으로 구성된 투기적 약탈자본이자 회장과 대표업무집행자, 주요주주 등이 모두 외국인으로 알려진 MBK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MBK도 "근거 없는 '외국인 프레임' 씌우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고려아연에 투자하고 있는 주체인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 법인"이라며 의혹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