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3일 임시주총
'이사 수 19명 제한' 안건 상정
MBK 요구한 액면분할, 집행임원제도 등 반영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주주설득이 시작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분기 배당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제시한 집행임원제, 액면분할 등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MBK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해 이사 수 제한 등의 안건을 상정하면서 견제의 여지도 남겨뒀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진행된 이사회를 통해 내달 23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등을 추진한다.
◆이사 수 최대 19명으로 제한…MBK 이사회 진입 막나
이사회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도 임시주총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기업의 적정 이사 수가 20명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어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려아연의 현재 이사 수는 13명이다. MBK연합이 14명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사 수 제한으로 맞수를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안건도 확정했다. 먼저, 소수주주보호 규정은 경영진이 단독주주 및 소수주주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소수주주가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설명을 청구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늘리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또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간배당에 더해 3월과 6월, 9월 말일을 기점으로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도 새로 도입한다. MBK 연합이 제안했던 발행 주식의 액면분할 안건,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14명 이사 선임 안건도 모두 상정됐다.
◆표심 여론전 격화 예상…한 달 간 주주설득 예정
양측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주주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표심을 얻기 위한 여론전은 이미 불이 붙은 상태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여론전이 과도해지자 최윤범 회장이 직접 나서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앞서 최윤범 회장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 20일 '임직원분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와 관련해 "저희 경영진은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파악하고 충분한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임직원 여러분은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전한 바 있다.
MBK연합이 지난 19일 공시 기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보유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 되자 최 회장이 직접 임직원과의 소통에 나선 것이다.
지분율 상으론 최 회장 쪽이 열세다.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최 회장 측은 4일 공시 기준 17.5%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이며 우호 세력의 지분을 더하면 35% 안팎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양측 모두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시주총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약 4% 수준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려아연 이사회가 숙고를 거쳐 임시주총 안건을 확정했다"면서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