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 출신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비공개 정상회담을 했다. 시리아 국가 정상의 백악관 공식 방문은 1946년 시리아 건국 이후 처음이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7분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가량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알샤라 대통령은 취재진 눈에 잘 띄지 않는 백악관 측문을 통해 조용히 입장했고, 백악관 내 별도 환영 행사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언론 공개 없이 회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의 정상회담 장면이 담긴 사진들은 사후 백악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됐다.
‘현상금 1000만달러’ 테러리스트 출신
전례가 드문 트럼프 대통령의 ‘조용한 환대’는 알샤라 대통령의 이력 때문이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활동하다 미군에 체포돼 2006년부터 5년간 수감된 전력이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출소 후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고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이후 북서부를 장악하며 지역 군벌로 떠올라 지난해에 마침내 시리아의 알아사드 집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알샤라 대통령에 현상금 1000만 달러(한화 약 145억원)를 내걸었던 미국은 알샤라 대통령이 시리아를 완전 장악하자 이를 철회했다.

반테러·반이슬람 성향이 강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대표적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알줄라니(알샤라 대통령이 과거 테러리스트로 활동할 때 쓴 이름) 테러리스트 지지자들이 어떻게 백악관에 들어가나? 트럼프 보좌관 중 어느 누가 백악관 내 시리아 국기 게양을 허용했는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게시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장 차림의 지하디스트(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접대를 중단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이슬람 테러리즘에 강경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주요 이유”라고 했다.
강성 마가인 머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이날 엑스에 “백악관에서 외교정책이나 외국 지도자가 아닌, 국내 정책에 관해 끊임없이 논의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는 글을 올려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반발에도 알샤라 대통령과 손 잡은 건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중장기 목표 때문이다. 친미·친서방 노선으로 전환한 시리아의 재건을 도와 이스라엘과 무슬림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아브라함 협정’의 확장을 꾀한다는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앞으로 상당 부분 제한되는 효과도 있다. 포린폴리시는 “이란의 대시리아 영향력을 좁히고, 장기적으로 이스라엘과의 충돌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알카에다의 후신인 ‘이슬람국가‘(IS)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선 시리아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극단 이슬람 테러리스트인 IS는 주로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점으로 두고 활동하다가, 2011년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서 세력을 급격히 확장했다. 민간인 대량 학살과 추방을 자행하고, 시리아 등에 1000만 명이 넘는 난민 발생시켰다. 이들 난민이 중동 전역과 더 나아가 유럽에 흘러들며 치안 동요 등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도미노 효과를 촉발했다. IS는 2018년 미국·영국 등 국제 연합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지배력을 크게 잃었지만, 약 3000~5000명 규모의 조직원을 두고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다.

미국은 이날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시저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며 시리아에 당근을 제공했다. 2019년 발표된 시저법은 시리아 정부와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업에 대한 2차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해당 제재를 180일간 정지해 오랜 내전과 제재로 황폐해진 시리아 재건을 돕겠다는 의미다.
시리아 역시 첫 백악관 정상회담 직후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연합’에 대한 합의 선언에 서명하며 화답했다. 방미를 앞둔 지난 주말에는 시리아 전역에서 대테러 일제 단속을 진행해 70여 명을 체포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시리아는 중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이제 중동에 평화가 왔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모두와 잘 지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서는 “알샤라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우리는 중동 평화의 모든 복잡한 쟁점들을 논의했다. 그는 중동 평화를 강력히 지지하는 주요 인사”라고 치켜세웠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한지혜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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