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호(637, 642, 648, 653호 우주기술과 응용) 까지 우리는 화성이라는 극한 환경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공학적 청사진을 완성했다. 두꺼운 레골리스 차폐층과 하이브리드 조명 시스템을 갖춘 제어 환경 농업(CEA) 시설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연약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최적의 하드웨어다. 기술적으로, 우리는 이제 ‘살아있는 흙’을 담을 그릇을 손에 넣은 셈이다.
하지만 이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생명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전 호에서 다루었듯이, 알팔파 등을 이용해 유기물을 공급하고 독성을 제거한 흙이라 할지라도, 이는 아직 생명의 역동성이 없는 ‘멸균된 영양 배지’에 가깝다. 지구의 비옥한 토양 1그램에는 수만 종에 달하는 최대 100억 개의 미생물 세포가 존재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이 토양의 건강과 생산성을 결정한다. 식물이 멸균된 토양보다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영양분 흡수율과 스트레스 저항성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은, 지구의 흙이 가진 진정한 생명력이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네트워크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식물은 왜 홀로 자랄 수 없는가? 이 ‘살아있는 흙’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무엇일까? 이제 우리는 화성에서 농사짓기의 마지막 기술적 관문인,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거인 ‘토양 마이크로바이옴(Soil Microbiome)’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이는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 정보 전체를 의미하는 용어로, 화성 농업의 성패를 좌우할 생태 공학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은 홀로 살아가지 않는다. 식물의 뿌리가 뻗어나가는 주변 수 밀리미터의 영역, 즉 ‘근권(Rhizosphere)’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역동적인 생태계 중 하나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화합물의 20~40%를 뿌리 분비물 형태로 방출하여, 근권의 미생물 군집을 조절하고 활성화한다. 미생물은 그 대가로 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잡한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미생물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은 ‘분해자’로서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이전 호에서 언급한 알팔파 녹비와 같은 유기물은 그 자체로는 식물에 직접적인 영양분이 되지 못한다. 토양 속 부생균(Saprophyte)과 같은 미생물들이 이 복잡한 유기물을 단순한 무기 이온(암모늄, 질산염, 인산염 등) 형태로 분해하고 변환하는 ‘광물화(Mineralization)’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식물이 뿌리를 통해 흡수할 수 있다.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는 지구의 탄소, 질소, 인 순환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며, 이 과정이 없다면 토양에 축적된 유기물 속 영양분은 식물이 이용할 수 없는 형태로 영원히 묶여있게 된다.
일부 미생물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이용 불가능한 자원으로부터 새로운 영양분을 ‘생산’해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물학적 질소 고정(Biological Nitrogen Fixation)’이다. 대기의 78%가 질소임에도 식물은 이 안정한 기체 상태의 질소(N₂)를 직접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리조비아(Rhizobia)와 같은 질소 고정균은 식물 뿌리와 공생하며 이 기체 질소를 암모니아(NH₃)로 전환해 식물에 직접 공급한다. 지구 전체에서 생물학적 질소 고정으로 전환되는 질소의 양은 연간 약 1억7000만 톤으로, 인류가 화학 비료로 생산하는 양보다도 많다. 마찬가지로, 인산 가용화 미생물(PSM)은 토양 입자에 고정돼 식물이 흡수할 수 없는 인산염을 가용성 형태로 바꾸어 공급한다.
나아가 건강한 토양 마이크로바이옴은 식물의 외부 면역 체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식물생장촉진 근권세균(PGPR)으로 불리는 유익한 미생물들은 뿌리 표면에 ‘생물막(Biofilm)’을 형성해 병원균의 침입을 물리적으로 막고, 항생 물질을 직접 분비해 병원균을 공격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식물에 신호를 보내 식물 자체의 방어 시스템(유도 전신 저항성, ISR)을 미리 활성화시키도록 돕는다. 이는 농약 사용이 불가능한 화성의 폐쇄된 환경에서 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다.

화성으로 가져갈 미생물 ‘드림팀’
미생물이 이토록 중요하다면, 가장 간단한 해법은 지구의 비옥한 흙을 그대로 화성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는 직관적인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이 방법은 이론적으로 지구 토양의 복잡하고 안정된 미생물 생태계를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두 가지 극복 불가능한 문제 때문에 실행될 수 없다. 첫 번째 이유는 과학 윤리이자 국제 규약인 ‘행성 보호(Planetary Protection)’ 원칙이다. 외계 조약에 기반한 이 정책은 지구의 유기체, 특히 미생물이 외계 행성을 오염시키는 ‘순방향 오염(Forward Contamination)’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가져간 지구의 토양 미생물이 화성에 퍼져나가 생존하게 된다면, 미래에 화성에서 발견되는 생명체가 토착 생명체인지 지구에서 유래한 오염인지 영원히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화성 탐사의 가장 근본적인 과학적 목표 중 하나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가 됨으로, 화성으로 향하는 모든 우주선 부품은 엄격한 멸균 과정을 거친다.
두 번째 이유는 공학적 안정성의 문제다. 지구의 토양 생태계는 수십억 년에 걸쳐 수많은 종이 경쟁과 공생을 통해 형성된 복잡한 균형 상태에 있다. 생태학적으로, 종 다양성이 낮은 단순한 생태계는 환경 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구의 복잡계를 작은 규모의 인공적인 폐쇄 환경(화성 온실)으로 옮겼을 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기존의 균형이 예측 불가능하게 붕괴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그 원리를 공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접근법을 채택한다. 이는 1) 지구에서 목표 기능(질소 고정, 인산 가용화 등)이 검증된 소수의 유익한 미생물 균주들을 ‘선별(Selection)’하고, 2) 이들을 실험실에서 순수 배양(Pure Culture)한 뒤, 3) 멸균된 화성 토양에 의도적으로 주입하는 ‘접종(Inoculation)’의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통제 불가능한 자연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인공 생태계를 구축하는, ‘합성 생태학(Synthetic Ecology)’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화성으로 가져갈 미생물 ‘드림팀’을 선발할까? 그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기능적 효율성’이다. 둘째는 미세 중력, 방사선 노출 등 화성의 극한 환경과 고립된 인공 생태계 내에서의 ‘생존 및 안정성’이다. 이는 ‘기능 중심의 군집 설계(Function-centric Community Design)’라 불리는 접근법에 따라, 원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미생물 조합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먼저 투입될 팀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선발대, 즉 ‘기반 공사팀’이다. 이들의 임무는 화성의 무기물 환경에서 최초의 유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한 후보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이다. 이들은 방사선과 건조 환경에 대한 높은 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며, 화성의 풍부한 이산화탄소, 물, 빛만으로 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일부 종은 질소 고정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이들이 죽어 토양에 축적되는 것 자체가 최초의 비옥화 과정이 된다.
기반이 닦이면, 식물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성장을 돕는 ‘핵심 기술팀’이 투입된다. 이들은 통칭 ‘식물생장촉진 근권세균(PGPR)’이라 불리며, 식물의 영양 흡수를 직접적으로 돕는다. 대표적으로 콩과 식물과 공생해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하는 리조비아(Rhizobia), 그리고 암석에 묶여있는 인(P)을 식물이 쓸 수 있게 녹여주는 바실러스(Bacillus) 속 균주 등이 이 팀의 핵심 멤버들이다. 이들은 질소 고정, 인산 가용화 외에도 철 이온 운반체 생성, 식물 호르몬 생산 등을 통해 식물 성장을 다각적으로 촉진시킨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질 ‘재활용 팀’이 필요하다. 이들의 임무는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기 폐기물(수확 후 남은 식물, 인간의 배설물 등)을 분해해 다시 흙의 영양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부생균(Saprophytic Bacteria and Fungi)이 이 분해 과정을 담당하며, 균근균(Mycorrhizal Fungi)은 식물 뿌리와 공생 네트워크를 형성해 뿌리가 닿지 않는 먼 곳의 물과 영양분에 대해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며 순환 고리를 완성한다. 이는 외부 보급을 최소화하는 생물재생 생명 유지 시스템(BLSS)의 핵심 원칙이다.

화성 농업, 정교한 ‘생태 공학’
선발된 ‘드림팀’을 접종하는 것은 여정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생태학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다양성-안정성 가설’에 따르면, 생물 종 다양성이 높은 복잡한 생태계일수록 환경 변화에 대한 저항성과 회복탄력성이 높다. 지구의 자연 생태계가 수십억 년에 걸쳐 이 안정성을 확보한 반면, 소수의 기능성 미생물만으로 구성된 화성의 인공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단순하며 외부 교란에 매우 취약하다. 과거 ‘바이오스피어 2’ 실험에서 예측하지 못한 특정 미생물의 과잉 번성으로 산소 농도가 급감했던 사례는, 폐쇄 생태계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한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주요 위험이 예측된다. 첫째는 ‘내부 경쟁 불균형’이다. 특정 미생물이 화성의 특정 환경 조건에 과도하게 잘 적응해 다른 유익균을 압도하고 우점종이 될 경우, 전체 영양 순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둘째는 ‘외부 오염 및 돌연변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 미생물 분석 결과, 우주 환경이 일부 미생물의 병원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우주비행사로부터 유래한 인간 미생물이 시스템에 유입되거나, 화성의 높은 방사선 환경이 기존 미생물의 돌연변이를 촉진해 식물에 유해한 특성을 띠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화성 농업의 성공은, 단순히 미생물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능동적 정원사’의 역할에 달려있다.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은 첫째, 실시간 모니터링이다. 휴대용 DNA 시퀀서를 이용한 메타지노믹스 분석은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토양 샘플 내 미생물 군집의 종류와 비율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시스템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둘째는 ‘정밀 제어’ 기술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특정 박테리아만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는 박테리오파지 기술이나,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는 특정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생태계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화성에서 진정한 의미의 ‘살아있는 흙’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유익균을 섞어주는 행위를 넘어선다. 이는 지구 토양의 핵심인 ‘보이지 않는 미생물 네트워크’를 선별하고, 접종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정교한 ‘생태 공학(Ecological Engineering)’의 영역이다. 이는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안정적인 인공 생태계를 설계하는 ‘합성 생태학(Synthetic Ecology)’의 원리와 일치하며, 화성 현지 자원 활용(ISRU)의 생물학적 측면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더 깊은 차원에서, 화성에서 토양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축하는 것은 지구 생명 역사가 수십억 년에 걸쳐 완성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를 인류의 손으로 재현하는 것과 같다. 지구의 토양 형성(Pedogenesis)은 암석의 풍화와 미생물의 상호작용이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나 만들어진 과정이다. 화성에서의 도전은 이 위대한 과정을 수십 년이라는 시간으로 압축하여 실행하는, 인류 문명의 가장 야심 찬 과학 프로젝트 중 하나인 셈이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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