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문제 생긴 당신을 구할 자, 새일지도?

2025-12-25

인간은 동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매트 모건 지음 | 서정아 옮김

지식서가 | 340쪽 | 2만2000원

인간은 비스킷을 먹다가 사레에 들리는 것만으로도 위중해질 수 있다. 어느 여름날, 중환자 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과자 조각이 폐로 잘못 들어가 심정지에까지 이른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여상한 날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그의 시선이 잠시 병상 곁 창밖에 머물렀다는 거다.

유유히 하늘을 날아가는 새 떼를 보며 그는 문득 생각했다. ‘날면서 폐를 막을 법한 것들을 계속 들이마실 텐데… 저 새들은 어째서 죽지 않을까?’ 인간과 다른 동물의 몸에 저자가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저자에게 집중치료실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대면하는 건 일상이다. 그 치료법을 고민할 때, 저자는 동물의 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궁리하곤 했다.

이를테면 새들이 날면서도 사레에 들리지 않는 건, 들이마신 공기가 둥글게 돌고 도는 ‘순환 호흡’을 해서다. 이 원리를 인간 의학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거다.

사실 현대 의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의 몸에서 영감을 얻어 발전했다. 책은 동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다. 캥거루 암컷이 가진 3개의 질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체외수정 성공률을 향상시켰다. 북극권에 사는 새들이 얼어죽지 않는 이유에 대한 연구는 저체온증 치료를 발전시켰다. 저자는 직접 동물의 서식지를 찾은 탐방기를 곁들여 우리가 그간 동물들에게 의학적으로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은 땅, 하늘, 바다, 땅속 등 4부로 구성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동물과의 다름을 구분지으려 하지만, 사실 생물학적으로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책은 다른 종을 깊게 알아가는 여정이 곧 인간을 살리는 길이라는 걸 알게 한다. 더 나아가 동물들과의 진정한 공생법을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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