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스마트 기기가 연결된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집 조명이나 냉난방을 제어할 수 있고, 교통·교육·치안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농작물 재배를 위해 생육 환경을 원격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초연결사회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이 인터넷 등 통신기술로 연결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통합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초연결로 삶이 편리해지고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의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동화로 전통적 일자리가 사라지고 디지털 접근성 차이로 지역·계층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에너지 사용이 증가해 탄소 배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초연결사회에서는 보안 사고나 사이버 공격, 물리적 파괴에 따른 ‘디지털 블랙아웃(Digital Blackout)’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블랙아웃은 악성 해킹, 화재, 지진, 태풍 등으로 통신이 끊겨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을 뜻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몇년간 크고 작은 디지털 사고가 이어지며 초연결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2018년 아마존 웹서비스(AWS) 장애,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2021년 KT 전국 유무선망 장애, 2022년 카카오톡 메신저 먹통 사태, 올해 10월 티머니 전산센터 시스템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디지털 사고는 큰 경제·사회적 후폭풍을 일으켰다. 모든 시스템이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적인 대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올해 7월 발생한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는 이러한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다. MS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전세계 윈도우 기반 컴퓨터 중 약 850만대가 작동하지 않아 대혼란이 발생했다. 항공편 지연, 금융결제 중단 등 피해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평가됐다.
초연결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빅테크 기업 3곳이 65%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으로, 아마존 AWS가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특정 허브나 데이터에 문제가 생기면 전세계에 연결된 인프라가 마비될 위험이 존재한다.
초연결 장애는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멈출 수 없다. 세상은 우리가 준비되었든 그렇지 않든 초연결사회로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사고 예방 대책과 안전 역량 내재화, 체계적 대응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독과점 상태인 글로벌 클라우드 빅3(아마존·MS·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서비스 다양화, 네트워크 이원화와 공동 이용을 추진해야 한다. 또 교육과 정책을 강화해 어떤 환경에서도 통신서비스가 끊김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 다중화를 시행해야 한다. 초연결사회에 대한 이해도와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악성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 같은 범죄 예방과 피해 구제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같은 대응이 이뤄질 때 초연결사회는 편리함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상환 경남대 부동산경제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