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 속에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거듭하면서 중고 명품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고 명품 거래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중고 명품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이커머스 업계도 중고 명품 입점을 늘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는 10일부터 ‘저스트 앵 끌루’ 등 일부 주얼리 제품 가격을 2~5% 인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만 지난 2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프라다는 올해 2월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 가격을 7% 인상했고 루이비통, 샤넬도 상반기에 각각 두 차례, 세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가파른 명품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은 중고 명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거래된 중고 명품은 450억 유로(약 65조4000억원) 규모다. 6년 전인 2017년에 비해 약 125%가 성장했다.
국내 시장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번개장터가 플랫폼 내 패션 중고 거래 데이터 약 2100만건을 분석한 ‘럭셔리 리세일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올해 약 43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대상 인원 10명 중 6명은 중고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 가방, 시계, 신발 위주로 한정됐던 중고 명품 거래는 키즈 품목과 키링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중고명품 거래 플랫폼 구구스의 김현복 대표는 “명품 거래에서 과거에는 가방 비중이 50%가 넘었다면 최근에는 식기, 키즈 의류 등 다양한 명품이 거래되는 추세”라며 “유명 아티스트나 셀럽과 컬래버(협업)한 희소성이 있는 명품도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시장 확대에 발맞춰 업계는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 연간 총 거래액의 25%(약 4075억원)가 명품 카테고리에서 발생하는 번개장터는 지난 2021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품 중고 시계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정품 검수 신뢰도를 높이고 중고 명품 매입과 판매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럭셔리 이노베이션 서밋(LIS)에 참가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고 명품 시장에서 오차 없는 검수 기술은 브랜드의 신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구스는 온라인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보고구매’ 서비스를 내세웠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 28곳을 운영 중인데, 내년까지 20곳을 추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중고명품 시장은 고객이 장롱 속 명품을 꺼내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백화점, 상업지역뿐 아니라 주거지역까지 진출해 쉽게 중고명품 거래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구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2255억원으로, 2021년 1545억원에서 3년간 약 46%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본격적으로 중고 명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지난달부터 기존 홈페이지 내 ‘중고’ 탭을 신설해 명품 거래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달 1일부터 13일까지 크림 내 중고 명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했다. 크림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과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기반으로 크림 내 중고 명품 거래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향후 셀린느·발렌시아가 등 20·30대에 인기를 끄는 명품 브랜드 상품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에르메스·샤넬·구찌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로켓직구’로 선보이고 있다. 2023년 말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쿠팡은 올해부터 8월부터 본격적으로 럭셔리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와 연계해 중고 명품을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