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조문 이틀째인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높은 관대에 안치됐던 과거 교황들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바닥에 둔 목재 받침대에 누운 모습으로 공개됐다. 교황은 세계의 지배자가 아닌 그저 낮은 자리의 목자일 뿐이라는 생전의 신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교황의 시신은 신도석을 향해 비스듬하게 누운 모습이었다. 신도들은 성호를 긋고 기도를 올리며 교황을 조문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로마를 찾은 이베네스 비앙코는 “교황은 공존을 말했고,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영국에서 온 순례객 레이첼 맥케이 역시 “모든 사람이 교회에 가까이 갈 수 있게 했고, 또한 교회가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게 해준 분”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일반 조문 첫날인 23일 밤 12시까지만 조문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추모객들이 몰려 교황청은 조문 시간을 연장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10만명이 넘는 신자들이 입장을 기다렸다”고 보도했다. 일반 조문 마지막 날인 25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다만 조문객 규모에 따라 조문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26일 오전 10시 성베드로 광장에선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의 집전으로 교황의 장례식이 열린다.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찰스 3세를 대신해 윌리엄 영국 왕세자 등 전세계 정상들이 참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가 류비모바 문화장관을 대표로 보낼 예정이다. 장례식 후 교황의 관은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장례식을 앞두고 교황청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정부까지 군경을 동원해 경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편, 교황 장례식과 5월초로 예상되는 콘클라베 준비를 위해 전세계 추기경들이 속속 바티칸으로 모이고 있다. 바티칸에선 23일 오후(현지시간) 추기경들의 2차회의가 열렸다. 전세계 추기경 252명 가운데 103명이 참석했다. 26일 있을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과 5월4일까지 이어질 특별 미사 전례를 협의했다.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의 정점인 교황을 보좌하는 가장 가까운 협력자이자 최고위의 성직자다. 또한 로마 교황이 선임하는 최고 고문으로, 교황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비밀투표에 나서며 최종 교황 선출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반복된다.
현재 80세 미만 추기경은 총 135명이며, 이 중 2명은 건강상 문제로 불참한다고 가톨릭뉴전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콘클라베의 결과가 언제 나올지에 대해 “주님의 뜻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메리카 대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선출 된 이후 외신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차기 교황이 탄생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유 추기경 역시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선정한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이름을 올렸다. 유 추기경은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