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후 첫 정기 특진 앞두고
까다로운 기준·준비기간 부족 지적
“실적 쌓기 애썼지만 특진 지원 못해”
갑작스러운 개편으로 혼란 가중
“첫 실시…평가는 성급해” 입장도
경찰 정기 특별승진 인사를 앞두고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새로 도입된 특진 인사제도의 ‘공적 마일리지’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제도 적용의 여유 기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지호 경찰청장 취임 후 경찰 특진 인사제도에 ‘공적 마일리지’가 도입됐다. ‘실제 성과대로 승진 기회를 준다’는 취지를 적용해 업무 특성에 따라 실적별 마일리지를 부여한다.
누적된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특진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심사 대상자들은 최상위 기준을 충족해 예비심사 없이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가’ 등급과 예비심사 자격이 주어지는 ‘나’ 등급으로 분류된다.
일선 경찰들은 정기 특진을 앞두고 지난달 하달된 마일리지 기준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형사의 경우 생활주변 폭력배 40명 이상 송치, 강절도 피의자 50명 이상 검거, 살인 피해자 2명 이상 연쇄 또는 3명 이상 집단살인사건 등을 해결해야 한다.
경제범죄수사에서도 사기 피해자 100명 이상 또는 피해액 600억원 이상의 주요 피의자 50명 이상, 전세사기 범죄 총책 및 부동산컨설팅 업자 등 브로커 포함 100명을 검거해야 하는 등 기준이 엄격해졌다.
실적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대상자 명단에 드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이 경찰 내부에서 팽배해지고 있다.
한 교통과 경찰은 “특진도 아니고 특진 신청 조건이 말이 안 된다. 사실상 일선서 수사 부서는 아예 특진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교통 조사과는 실적이 전국 1~5위이거나 상습음주 차량을 45대 이상 압수해야 ‘나’ 등급 자격이 된다. 45대면 거의 매주 1대씩 압수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형사과 경찰도 “올 한 해 열심히 실적을 쌓아 특진에 도전해 보려 했는데 바뀐 공적 마일리지 제도로 지원을 아예 못 하게 됐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새우며 쫓아다니느라 애를 썼는데 아쉽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인사 제도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특진 공적 기간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10일까지다. 신임 청장 취임은 8월로 제도가 개편되기 전 특진을 준비하던 직원들은 바뀐 기준에 혼선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구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관계자는 “특진을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했던 직원들은 갑자기 바뀐 제도로 마일리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명단에도 못 들어가 불만이 크다”며 “제도를 여유 기간을 두고 천천히 바꿔야 하는데 통보만 하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니 문제”라고 했다.
경찰은 처음 실시되는 만큼 아직 제도를 평가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 관계자는 “기존 제도는 특진을 위해 자신의 공적을 주관적으로 내세우는 문제가 있는데 마일리지 기준은 기능별 평상시 업무와 연결된 부분이 많아 평소 공적이 객관적인 지표가 되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며 “공적 마일리지의 효과나 합리성에 대해 검증된 바가 없고 종료된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평가하기에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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