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사태 1년, 과거 기자회견 발언 재조명
‘맞다이’ 강조했지만 최근 모습 드러내지 않아
돈욕심 없다더니 수백억 주주간 계약 소송도
K팝과 엔터테인트먼트 업계를 뒤흔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 사태가 지난 22일로 1년을 맞은 가운데 민 전 대표의 과거 기자회견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표현으로 화제를 모았던 민 전 대표의 발언이 이후 실제 그의 행보와 크게 엇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5일 민 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 측의 긴급 감사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들어올 거면 나한테 ‘맞다이’로 들어오라’며 하이브 경영진을 도발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면 엄청난 화제가 됐지만, 정작 민 전 대표는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 3월 어도어가 제기한 활동 금지 가처분 심문 기일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민 전 대표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법원이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부 인용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뉴진스의 이의신청까지 기각했음에도 민 전 대표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민 전 대표가 과거 기자회견에서 “산고가 느껴졌다”, “뉴진스는 내 새끼 같다”며 이른바 ‘뉴진스 엄마’를 자처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민 전 대표는 당시 어도어 대표직보다 뉴진스가 더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어느 회사든 경영권 찬탈을 할 마음이 없고, 내가 주인이 아니어도 된다”며 “그냥 뉴진스랑 내가 하려던 일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돈을 원했으면 내부고발 자체를 안 한다. 가만히 있어도 최소 1000억을 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 전 대표의 이후 행보는 기자회견 발언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민 전 대표를 해임하면서 그의 발언 취지대로 프로듀서직을 제안했다. 민 전 대표는 이를 수락하지 않고, 같은 해 11월 하이브를 상대로 수백억 원 규모의 풋옵션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 전 대표는 1년 전 거침 없는 발언으로 여론을 단숨에 뒤집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에는 어도어와 뉴진스의 가처분 심사 결과를 계기로 민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5개 음악단체는 지난 2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뉴진스 사례 외에도 템퍼링과 전속계약 위반 이슈는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민 전 대표가 칩거한 상태로 본인의 재판에 집중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 같다”며 “뉴진스가 애초에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최우선으로 요구하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만큼 민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이번 사태가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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