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기자 zoomin03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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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광복 80주년 특별 인터뷰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동아시아 문화 다변화, 정치·경제도 따라가야할 것”
2025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여러 방면에서 교류가 활발해지고 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정치가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외교 정책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외신기자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일본 산케이신문 사쿠라이 노리오 서울지국장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최근 탄핵 사태와 함께 2025년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한국과 일본·북한 등 동아시아 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나.
A. 2016년에 왔으니 한국에서 생활한 지 9년째다. 1990년대에도 다녀간 적이 있다. 홍콩계 대학에 있었는데 여름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를 하러 왔다. 또 2009년엔 동국대에 북한학과가 있어 객원연구원도 했다.
Q.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최근 몇 년간 정치적 변동이 컸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외신 기자로서의 시각이 궁금하다.
A. 서울 외신클럽 처지에서는 회원들인 일본계, 중국계 기자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크다고 얘기한다. 이번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데모를 했는데 그것보다 더 심하게 세대 간 의식 격차 갈등을 느끼고 있다. 산케이신문에서는 지난해 1월에 ‘세대’라는 주제로 왜 인식 차이가 이렇게 있는지를 비롯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를 위해 지난 2023년 가을, 겨울 2030세대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인식은 우리 세대나 60~70대와 큰 차이가 있다. 역사문제는 중요하지만 객관적 역사를 보면 된다.
Q.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현재 정치적 상황은 어떤가.
A. 지정학적으로 분단국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한국은 4대 강국 외교를 해왔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졌다. 유럽에서는 한국의 존재감이 크다. 동북아시아만 의식하는 외교를 위주로 했지만 유럽이나 다른 국가와의 외교를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가 다변화하고 있으니 정치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경제 성장을 두고 ‘눈부시다’고 표현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해왔지만 최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A. 한국과 일본의 큰 차이는 시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면 되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걸 만들어 왔다. 이 때문에 일본보다 지금은 경쟁력이 있다. 일본보다 앞으로도 시대에 맞게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중국은 국내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에는 ‘갈라파고스에 맞게만 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발전할 것이다. 영국, 일본도 성장하지 않는데 한국은 성장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로, 다양한 문화를 즐기면서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경제를 추구해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Q. 로제의 ‘아파트’를 들어본 적이 있나.
A. 물론이다. 중독성이 있어 한번 들으면 몇 번이나 듣고 싶다.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Q. 최근 국제무대에서 이른바 K-컬처의 활약이 엄청나다. 로제의 노래 ‘아파트’를 비롯해 드라마 ‘오징어 게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K-컬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하나.
A. 일본에서 20~30대는 한국문화를 특히 좋아한다. 교실에서 한국어를 섞어 얘기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아이는 왕따를 당할 정도다. 미국 할리우드나 뉴욕 브로드웨이같이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10대들도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싶어 한다. 음악이나 영상 등 이 모두가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이 있구나’가 아니라 세계 문화의 중심이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Q.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이면에는 저출생,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부동산 문제, 정치적 양극화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취재하면서(생활하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저출산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선진국이 되고 나서 태어난 2030세대는 재주와 도전 의식이 있는데 아이가 없으면 더는 발전할 수 없다. 지방 소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외국인 특파원과 한국 사람들에게 다른 점이 있다. 외국인들은 지방에 가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면 경기일보가 있는 경기도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다. 지방마다 지방의 매력이 있다. 경기도 역시 도시마다 매력이 있다. 제2의 서울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이라는 한계가 아닌 매력적인 지역별 특성을 살려 나갔으면 좋겠다. 일본과의 차이점은 젊은 세대들도 자기가 태어난 지역의 국립대를 다니면서 좋은 기업이 있으면 지방에 취직하려는 흐름, 이것이 다른 것 같다.
Q. 외신 기자 입장에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A. 대북 관계에 있어서는 윤석열 대통령 정책이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분이 있다.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건 한류문화가 두려워서 그런 것 같다. 북한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류 영향이 커 완전히 다른 나라를 주장하는 것 같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파원이라는 입장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납치자 문제 등은 일본, 미국과 협력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민주당, 공화당 간 갈등이 있어도 억류되고 있는 사람들을 해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으니 한국도 진보, 보수 갈등이 있어도 북한 문제는 함께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Q. 한국 사람들은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먼 나라’ 이미지를 바꿀 방안은 없을까.
A. 사회, 정치의 중심이 되는 세대보다 그냥 놔둬도 되는, 실제로 2030세대는 일본을 좋게 생각한다. 정치가 방해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잘 교류할 것 같다. 젊은 2030세대는 가깝고 먼 나라라고 느끼는 게 아니라, 가깝고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 역사가 있으니 가깝고 먼 나라라고 만드는 것인데 자연적으로 놔두면 가까운 이웃이다.
Q. 외신 기자로 생활하면서 자긍심도 클 텐데, 반대로 불편함도 있을 것 같다.
A. 취재하려면 대통령을 1년에 몇 번 보는데 자기가 원하는 누구나 취재하고 볼 수 있다. 취재 제한이 없는 것 같다. 외국에서 오는 특파원들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 외국인 번호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입국 직후에는 솔직히 외국인들에 대한 불편함이 많다. 계좌, 휴대전화마저 등록할 수 없다. 코로나19 때 온 외국인들은 특히 불편함이 많았다. 디지털화가 너무 되면 그런 불편함도 생기는 것 같다.
Q. 한국 정부 내지는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다면 해달라.
A.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하고, 교육 수준도 선진국화되면서 많은 부모가 교육 제한 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교육상 여유가 있는 세대가 생기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지금 세대는 선택지가 많다. 정치인이나 의사, 엔지니어 등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일본도 요즘 그렇지 않으니 한국은 가능성을 믿고 젊은 세대가 용기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다. 젊음이라는 자산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쿠라이 노리오(櫻井紀雄) 기자는…
△일본 오사카 출신(50)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2016년 한국특파원 부임 △대표적인 지한파 지국장 평가 △사단법인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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