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온라인에서 마오쩌둥을 조롱한 적 있는 유명 경극배우의 올 연말 공연이 중국 각지에서 연달아 취소되고 있다.
9일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배우 류구이쥐안(劉桂娟 59 ·사진)이 속한 톈진청년경극단은 이달 21일 톈진진완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공연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톈진청년경극단의 공연이 취소된 최근의 세 번째 사례이다. 이 극단은 지난 11월 29~30일 장쑤성 난징에서, 112월 13~14일에는 상하이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앞서 모두 취소됐다.
취소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극단의 간판스타인 류구이쥐안이 10년 전 소셜미디어(SNS)에서 마오쩌둥을 조롱한 것과 관계있다는 추측이 분분하다.
류구이쥐안은 톈진 출신의 경극 배우로 1980년대부터 인기를 끌었다. 최고 배우에게 주어지는 매화상 수상자이다.
류구이쥐안은 평소 대담한 발언을 해왔다고 알려졌다. 그는 2013년 웨이보에 “자주 남을 화나게 하지만 스스로는 별로 화내지 않는 사람을 마오쩌둥처럼 위대한 남자라고 부른다”는 글과 함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덮고 잠든 강아지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다.
2023년 3월 5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일을 앞두고는 “저택이 가득 차고, 선물이 가득하고, 쇼핑몰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거리는 분리되어 있고 자동차는 양보하고 있지만 오늘은 레이펑을 따라하고 천안문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레이펑은 중국의 유명 혁명가로 그가 남긴 ‘레이펑 일기’는 올해부터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018년 영웅과 열사의 명예를 해치는 것을 금지하는 영웅열사보호법을 통과시켰다. 2021년 형법도 개정해 영웅열사의 명예를 해치면 형사 처벌도 받도록 했다.
류구이쥐안의 마오쩌둥 언급은 법 제정 전이다. 레이펑 언급은 조롱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류구이쥐안의 과거 SNS게시물을 캡처해 극장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마오나 레이펑을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공연만 취소할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의견과 “씁쓸하다. 발언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