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표 “추석 전까지 법률 개정 마무리” 공언
공감대 담긴 개정안이라면 先 공개가 마땅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가 ‘개혁’ 속도전을 선언하면서 언론을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 언론개혁특별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번엔 성공할 것 같다. 걸림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에 대한 정 대표의 발언은 언제나 명쾌하다. 대표 당선 직후 공식적으로 언론을 검찰, 사법과 함께 3대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 “3대 개혁 모두 방향과 내용이 이미 구성돼 있고 내란사태를 겪으면서 국민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언론개혁의 핵심 중의 하나로 꼽으며 “21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쳤고 언론이 비판도 다 했다”고 주장했다. 개혁은 “최단 일주일이면 끝난다”며 개혁 법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도 한 달 안에 처리한다고 단언했다. 추석 전에 법률 개정을 다 끝내겠다는 말이다.
정 대표 말처럼 21대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인 점은 똑같다. 정치적 환경은 더 좋아졌다. 대선이라는 부담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야권은 존재감을 잃었다. 정 대표 말대로 추석쯤이면 개정된 언론중재법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대목이 하나 있다. 정 대표가 말한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말이다. 지금 거론되는 언론개혁이라는 것이 결국은 21대 국회 때 상임위에 법사위까지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갔지만 큰 논란에 부딪혀 폐기된 것과 비슷한 내용 아닐까?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언론개혁이 준비 중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정 대표가 말하는 국민적 공감대는 언제, 어떻게 형성됐다는 것일까?
물론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국민’이라는 말은 ‘지지자’라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잘 안다. 그중에서도 주로 핵심 또는 강성 지지자를 뜻할 것이다. 그러니 정 대표가 말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언론개혁은 이미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출한 법안들에 있는 바로 그런 언론규제 강화일 것이다.
추석 때까지 끝낸다고 하니 지난번 21대 국회 때처럼 사회적 비판 여론이 넓게 형성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필자부터 이미 언론에 대한 규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문제 언론을 손본다며 함부로 공적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거나, 언론계가 자율규제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민주당이 언론규제를 정말 원하는 만큼 강화하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현장 언론인들은 힘들겠지만 언론계 전체로는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지난번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멈추자마자 언론사업자 단체들은 필자 등이 참여해 어렵게 마련한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실행 직전에 내팽개쳤다. 심지어 계엄과 내란 국면은 물론 지금도 정치적 대결 구도에 올라타 유튜버들과 조회 수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전통 언론을 극단적 유튜버와 같이 취급해도 되느냐는 말을 하기 어려운 장면이 적지 않다.
다만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이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법이나 제도는 내가 생각한 목표가 무엇이든 일단 만들어지면 누구든 손에 쥔 사람 마음대로 쓰는 칼이 된다. 그렇다면 그 칼자루를 반대쪽이 잡아도 안심할 만한지는 따져 봐야 하지 않나. 22대 국회 벽두에 정 대표가 직접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당시 현업 언론인 단체들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며 반대한 이유를 헤아리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칼자루 쥔다고 우리 편은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지금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에는 정정이나 반론을 무조건 원 보도와 같은 분량으로 강제하는 것처럼 실제 집행은 가능할지 의문인 내용들도 있다. ‘일단 해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건지는 모르겠다. 어찌 됐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만든다면 그 내용은 상임위 통과 전에 신속하게 공개하면 좋겠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개혁안이 무엇인지 정작 국민이 모른다면 앞뒤가 맞지 않으니 말이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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