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뉘라 나간 님을

2025-04-16

뉘라 나간 님을

호석균(생몰연대 미상)

뉘라 나간 님을 무정타 하돗든지

네 정녕 무정하면 꿈에 와서 반길소냐

이제란 꿈으로 진정 삼아 이별 없이 하리라

-가곡원류 일석본

유구한 연심(戀心)의 노래

그 누가 떠나간 님을 무정하다고 했단 말인가? 님이 정녕 무정하면 나의 꿈에 찾아와 반길 리가 있겠는가? 이제부터는 꿈을 진정으로 삼아서 이별이 없도록 하리.

꿈을 현실로 여기겠다니…. 이 같은 애절한 연심은 멀리 백제의 정읍사에서도 보이는 한국인 전통의 정서라고 하겠다.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추어 주소서. 온 저자를 다니고 계신가요? 진 데를 디딜까 두렵습니다”라고 행상의 처가 노래한 남편에 대한 사모의 마음과 다를 것이 있겠는가? 결국은 사랑이 모든 것을 살릴 것이다.

호석균(扈錫均)은 안민영(安玟英)과 함께 운애산방(雲崖山房)에 출입하던 가객이었다. 운애산방은 당대 풍류 가객으로 이름 높던 박효관(朴孝寬)이 흥선대원군의 후원으로 필운대에 만든 풍류객들의 모임 장소다. 이곳에서 19세기 후반의 노래들이 만들어져 불렸다. 아름답던 시절이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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