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아니면 해고"…230만 美공무원 덮친 '트럼프 PTSD'

2025-01-19

오늘(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이번 2기 때도 트럼프의 변하지 않는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는 1기 때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갖추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자신의 입맛대로 입법부터 행정까지 가능해졌다. 아마존과 메타, 현대차·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원)를 앞다퉈 기부하며 ‘눈치작전’을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막강해진 트럼프 2.0 “‘예스맨’ 아니면 해고”

트럼프는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 당일에만 100개 이상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된 권력을 기반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해 놓은 각종 정책 방향을 완전히 뒤집겠다는 방침이다.

그 핵심에는 ‘공무원 대량 해고’라는 목표도 설정돼 있다. 트럼프는 대선 때 “취임 첫날 부패한 좌파 관료 기득권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현재 미국엔 약 230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있다. 이 가운데 정무직 4000여명이 우선 해고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고 기준은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다. 실제 트럼프 인수팀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속 ‘늘공(직업 공무원)’을 대상으로 충성도를 검증(AP통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트럼프 2기가 시작되는) 20일 낮 12시 1분에 모든 인력은 (일단) 사임할 것”이라며 “우리가 데려갈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와 100% 일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방 공무원들 사이엔 ‘PTSD(트럼프 대통령 스트레스 증후군, President Trump Stress Disorder)’란 신조어가 돌기도 한다. 연방 공무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일대 부동산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해고에 대비해 다른 주로 이사를 검토하는 문의도 늘고 있다. 20년째 미 국방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연방 공무원은 기자에게 “언제 짐을 싸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이 직장 동료들 사이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딥 스테이트 음모론’의 정치화

트럼프가 공무원 대량 해고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으론 ‘딥 스테이트 음모론’이 꼽힌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자신을 적대하는 비밀 세력이 연방정부 곳곳에 숨어 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잦아들긴 했지만 트럼프는 2023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4월 1일까지 트루스소셜에 “딥 스테이트를 무너뜨리겠다”는 글만 56차례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측근으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을 비롯해 ‘마가(MAGA)’ 지지자들이 이런 음모론에 불을 지폈고, 이를 트럼프가 선거 전략으로 활용한 것이다.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은 이런 음모론에 기반해 관료제 전반을 ‘느리고 까다롭고 비대한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대적인 해체 작업을 요구해왔다. 2기에도 다시 재무부 예산관리국장으로 지명된 러셀 보우트는 “관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싫어질 정도로 그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등장한 ‘스케줄 F’

공무원 대량 해고에 나서는 트럼프의 구체적 정책 수단은 행정명령 ‘스케줄 F’이다. 트럼프가 1기 종료를 앞두고 서명했지만, 바이든이 취임 직후 폐기했던 행정명령이다. 골자는 일반직 연방 공무원 가운데 고위직을 언제든 대체 가능한 정무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트럼프는 2기 취임과 동시에 ‘스케줄 F’에 다시 서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스케줄 F’가 발효되면 우선 고위직 공무원 중 트럼프 정책에 반하는 이들은 당장 물갈이가 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를 공동 수장으로 앉힌 정부효율부(DOGE)가 이 작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해고 대상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미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한 부패한 관료, 국가안보를 해치는 정보기관의 부패한 관료, 언론에 기밀을 누설하는 관료 등이다.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DOGE가 해고 대상을 솎아내는 작업에 착수할 경우, 최대 10만명의 공무원이 한꺼번에 해고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막무가내 공무원 해고 부작용은?

하지만 이런 막무가내식 ‘불충’ 공무원 해체 작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학자 러셀 뮤어헤드와 낸시 로젠블럼은 트럼프식 관료 해체를 ‘언가버닝(Ungoverning·행정국가의 역량을 의도적으로 약화하려는 정치적 노력)’이란 개념으로 비판한다. 이들은 저서 ‘언가버닝’에서 트럼프식 공무원 해체 작업을 “전례 없는 급진적 실험”이라며 “행정국가를 무너뜨릴 경우 그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만큼 국가 운영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트럼프 2기가 충성파냐 아니냐 잣대로 해고에 나설 경우 전체 관료 조직이 무너져 행정서비스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해고 대상이 되는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도의 전문성이나 기술적 지식을 갖춰 당장 미국민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해고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난관이 적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미 연방정부 인사관리국은 지난해 4월 임의로 정무직 재분류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보호 규정을 확정했다. 이를 폐기하고 스케줄 F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기 위해선 최대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스케줄 F 시행 직후 연방공무원 노조가 소송전에 나설 경우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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