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 〈61〉버그바운티,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

2025-10-14

애플이 10월 10일 자사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을 대폭 확장했다. iOS뿐 아니라 macOS, watchOS, visionOS까지 범위를 넓히고, 최고 보상금도 100만달러 이상으로 상향했고 특정조건을 만족할 경우 최대 500만달러도 초과할 수 있다. 단순한 보안 취약점 신고 제도를 넘어, 애플 내부 보안팀과 외부 연구자 간의 협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버그 바운티의 개념 자체는 1995년 넷스케이프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2010년대 초반 구글과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확산됐다. 초기에는 화이트해커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2015년경부터 금융보안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일부 대기업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폐쇄형 테스트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에서는 '보안계의 에어비앤비'라 할 수 있는 해커원(HackerOne), 버그크라우드(Bugcrowd) 같은 전문 플랫폼이 등장해 보안 연구자와 기업을 매칭하는 생태계로 발전했다. 이들은 단순한 보상 시스템이 아니라, 취약점 리포트 검증, CVSS(Common Vulnerability Scoring System) 기반 평가, 보상금 산정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반면 한국의 많은 기관과 기업은 여전히 이메일 제보나 자체 게시판을 통해 수동적으로 제보를 받고 있다.

버그바운티의 핵심은 '외부 참여를 통한 지속적 검증'이다. 전통적인 보안 점검은 계약 시점의 정적 테스트에 불과하지만, 버그바운티는 실시간으로 시스템의 안전성을 시험한다. 더 나아가, 이 제도는 해커를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적 전환을 상징한다.

국내에서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첫째, 법적 불확실성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무단 접근' 개념이 모호해, 의도치 않게 제보자가 법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둘째, 예산 문제다. 보안팀 예산은 대부분 장비와 점검 비용에 쓰이기 때문에, 버그바운티 보상금은 후순위로 밀린다. 셋째, 조직문화다. '취약점 제보=실수 노출'로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또 일부 기관은 '인증된 참여자만 참여 가능' 같은 제한을 두어 사실상 커뮤니티 기반 검증의 장점을 잃는다.

버그바운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기술적, 문화적 세 축의 정비가 필요하다. 법적으로는 '선의의 취약점 제보자 보호조항(legal safe harbor)'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미국의 DMCA §1201 예외조항이나 EU의 NIS2 Directive가 이미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정보통신망법에 '정당한 목적의 취약점 탐지 및 제보는 위법이 아니다'라는 명문화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보상 기준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CVSS 점수에 따른 등급별 보상, 중복 리포트 처리 기준, 공개 시점 정책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인공지능(AI) 모델, 사물인터넷(IoT),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등 신흥 영역에 대한 버그바운티 가이드라인도 새로 마련돼야 한다. 문화적으로는 보안팀이 제보자와 '같은 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기업은 버그바운티 결과를 부끄러운 리스크가 아니라 '투명성과 개선의 증거'로 공개해야 한다.

버그바운티는 단순한 보안 프로그램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의 신뢰를 재구성하는 장치다. 시스템의 완벽함을 전제로 하지 않고, 불완전함을 관리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폐쇄적인 보안 프레임에 머무른다면, 글로벌 수준의 보안 경쟁력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바, '공유된 안전'을 추구하는 인터넷의 미래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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