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가 직접 인공지능(AI) 칩 설계에 나섰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모델 학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칩까지 직접 만들며 ‘컴퓨팅 주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무슨일이야
오픈AI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손잡고 10기가와트(GW) 규모 커스텀(맞춤형) AI 칩을 설계·개발한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칩 설계를 주도하고, 브로드컴은 개발과 제조를 맡아 내년 하반기부터 칩 배포를 시작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10GW 규모 칩은 미국 가정 800만 가구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오픈AI가 자체 칩 설계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렉 브록먼 오픈AI 공동 창립자 겸 사장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쌓은 모델 개발 역량을 하드웨어에 직접 반영해, 새로운 수준의 AI 효율과 지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AI의 성능 경쟁이 모델에서 연산력 확보전으로 옮겨가자 오픈AI도 모델부터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GPT-4 이후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필요한 GPU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엔비디아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학습 주기와 개발 속도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한계를 인지한 오픈AI가 수년 전부터 ”AI의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컴퓨팅 파워“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로그에서 “인프라가 부족하면 어떤 문제를 먼저 풀지 선택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무도 그런 선택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은 일찌감치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다. 구글은 이미 자체적으로 TPU(Tensor Processing Unit)을 만들어 AI 학습용으로 쓰고 있고, 메타도 데이터센터에 자체 설계한 칩을 일부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날 브로드컴의 주가는 9.88% 오른 356.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칩 설계부터 제조, 대규모 배포까지 직접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협력이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가속기 시장의 지배력을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