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외야수 후안 소토(26)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양키스와 메츠, 뉴욕 2개 팀의 뜨거운 영입 경쟁 속에 총액 기준 6억달러(약 8400억원)는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토는 이번 시즌 41홈런에 OPS 0.989를 기록했다. 2018년 데뷔 이후 매년 리그 수위급 성적을 올렸다. 무엇보다 이제 겨우 26세다. FA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역대 가장 매력적인 FA 중 1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 FA 시장을 달궜던 다른 슈퍼스타들과 비교해도 가치가 밀리지 않는다. ESPN은 1990년 이후 대형 FA 59명을 대상으로 계약 전 마지막 해와 최근 3년 성적, FA로 나올 당시 나이 등을 종합해 역대 가장 가치 있었던 FA 선수 ‘톱 10’을 선정했다. 요컨대, 지난 30년간 시장에 나왔던 FA들이 같은 해 동시에 시장에 나온다면 누가 가장 가치가 크고 인기가 많았겠냐는 것이다.
소토는 역대를 통틀어도 4번째로 가치가 큰 FA로 꼽혔다. 올해 기록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가 7.9, 2022시즌부터 최근 3년간 WAR 총합이 18.9에 이른다. 25세 어린 나이에 이미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 ESPN은 소토의 25세 시즌까지 비교할 만한 타자로 프랭크 로빈슨, 켄 그리피 주니어, 에디 매튜스, 미키 맨틀 등을 꼽았다. 모두 명예의전당에 입성한 전설적인 선수들이다. ESPN은 이어 소토가 나이를 먹고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전업한다고 해도 타석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계약에 따르는 리스크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소토보다 더 가치가 높았다고 평가 받는 선수는 불과 3명이다.
1992년 28세 나이로 FA 시장에 나왔던 배리 본즈가 3위로 선정됐다. 당시의 본즈는 야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는 선수였다. 1992년 피츠버그에서 0.311-0.456-0.624라는 만화 같은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했다. 34홈런을 때릴 만큼 강했고, 39도루를 기록할 만큼 빨랐다. 좌익수 수비는 골드글러브를 받을 만큼 출중했다. 1990년과 1992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고, 1991년엔 2위였다.
본즈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4375만달러에 계약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주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배리 본즈는 단 1명뿐‘이라고 했다. 이후 본즈는 2007년 은퇴할 때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15년 동안 5862홈런을 때렸다.
2위는 지난해 LA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에 계약한 오타니 쇼헤이다. 2023년 WAR 9.9, 3년간 WAR 총합 29.6으로 모두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전례 없는 투타 겸업에 스타성도 탁월했다. 팔꿈치 수술로 1년간 공은 던질 수 없었는데도 다저스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총액 중 대부분이 디퍼(추후 지불)처리 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계약은 4억6000만달러 정도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역대 최대규모 계약이다. 동시에 올해 소토가 뛰어넘을 가능성이 큰 금액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계약 첫해부터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고,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돈값을 제대로 했다.
본즈와 오타니마저 뛰어넘어 역대 가장 가치 있었던 FA 선수는 34년 전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2000년 25세 나이로 FA 시장에 뛰어든 공수 겸비 유격수의 가치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로드리게스는 2000년 시애틀에서 타율 0.316에 41홈런을 기록했다. 수비 또한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 계약을 맺으며 MLB를 넘어 미국 스포츠 전체에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당시까지 미국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액 계약이던 NBA 스타 케빈 가넷의 1997년 1억2600만달러 계약의 2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리그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이자 재앙이 될 것이라는 다소 과장 섞인 불만이 다른 팀 관계자들은 물론 리그 사무국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로드리게스는 초대형 계약 이후 텍사스에서도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매 시즌 홈런왕에 올랐고, 2003년에는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텍사스는 행복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최고의 활약을 하는데도 팀은 2003년까지 3년 연속 승률 5할을 밑돌았다. 로드리게스와 동행이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결국 계약 3년 만에 그를 양키스로 이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