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오를수록 사람들이 탄산음료·아이스크림 같은 단 음식을 더 많이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일수록 이 같은 소비 증가가 두드러지며 장기적으로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달 8일(현지시간) CNN은 영국 카디프대학교 환경과학·지속가능성 연구팀의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연구진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가정의 식품 구매 데이터를 추적하고 이를 해당 지역의 기온·습도 등 기상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기온이 오를수록 가정 내 설탕 첨가 음료 구매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섭씨 20~30도(화씨 68~86도) 구간에서 온도가 오르면 설탕 섭취량이 급격히 불어났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섭씨 1도(화씨 1.8도) 상승할 때마다 미국인의 1일 첨가당 소비는 1인당 약 0.7g 늘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더운 날씨에 체내 수분 손실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갈증과 냉각 욕구가 커지고 그 결과 차갑고 달콤한 음료와 디저트를 찾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소득층·저학력 가정일수록 이 현상이 더 뚜렷하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접근성이 높은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이 대표적인 더위 해소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냉방시설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의사결정연구소 샬롯 쿠코프스키 연구원은 "취약계층은 온난화로 인한 식습관 악화에 가장 취약하다"며 "기후변화가 불러올 건강 불평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근거로 "기후 변화가 설탕 소비를 늘리는 연결고리를 보건 당국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이미 남성 하루 36g, 여성 하루 26g 이상 첨가당을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 기준은 지켜지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판 혜 카디프대 교수는 "기후 변화가 식습관을 바꾸면서 비만·당뇨·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전 세계적으로 설탕 관리 정책을 기후 적응 전략의 일부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