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엔비디아’ 논하려면 기업 현장 목소리부터 경청을

2025-03-05

민주당·한경협 10년 만의 공식 회동…상법 등 이견 확인

국부펀드 논란은 신뢰감 부족 탓, 말보다 실천 쌓아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지도부와 만났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권이 불필요하게 기업 활동에 장애 요인을 만드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우리 기업들이 대한민국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성장을 강조한 데 공감을 표시했다. 류 회장은 “결국 해법은 성장이며, 성장의 마중물인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와 전경련의 후신인 한경협 회장의 공식 만남은 2015년 9월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반도체특별법과 상법 등 현안에 대해선 이견만 확인했지만 만남 자체로 의미가 없지 않다.

두 사람이 만난 날, 한국은행이 국민소득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624달러로 전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일본에 앞선 6위라지만 11년째 3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대 성장이 우리 실력”이라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쓴소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4만 달러대로 치고 올라가려면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감내해야 한다.

어제 간담회에선 최근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K엔비디아’ 발언과 관련된 국부펀드 언급도 있었다. 이 대표는 며칠 전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생기고 30%가 국민 지분이라면 세금에 그렇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여당은 “사회주의적 발상” “공상적 계획경제” 같은 거센 비판을 퍼부었다.

이 대표의 ‘K엔비디아’ 발언 자체는 근거가 없지 않다. 대만의 TSMC도 공기업으로 출발해 민영화했다.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등 TSMC 방식의 국가 투자를 주장하는 국내 전문가도 있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계획에도 지분 투자가 들어 있다. 국가가 투자한 기업이 잘 돼 주가가 오르면 어찌 됐든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비판이 쏟아지는 데엔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경제계를 만나면 기업과 성장과 먹사니즘을, 노조 앞에선 노란봉투법을 얘기하는 변화무쌍한 처신으로는 신뢰감을 주기 힘들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타다금지법’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혁신기업을 저주하고 발목 잡았던 과거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기업이 하소연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하기 바란다. ‘정치인은 입이 아니라 발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실천 하나하나가 쌓이면 ‘K엔비디아’ 구상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