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메이저리그, PGA 투어를 가다

지난해 이맘때 남자 골프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철창신세를 졌다. 새벽에 PGA 챔피언십 대회장에 들어가다 교통경찰과 마찰을 빚고 연행됐다. 셰플러의 대회장 도착 1시간 전 사망 사고가 나 경찰의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등 셰플러의 파죽지세는 이 사건으로 한풀 꺾였다. 머그샷까지 공개됐다. 이날 아침 낙뢰로 경기가 지연되지 않았다면 셰플러는 경기 시간에 맞춰 대회장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셰플러는 그러나 “유치장에서 스트레칭했다”는 뼈있는 농담을 빼고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은 해야 할 일을 했으며 유치장의 경찰은 매우 친절했다”고 했다.
그런 셰플러가 올해 PGA 챔피언십에선 화를 냈다. 질퍽질퍽해 볼에 흙이 묻는데도 PGA 측이 페어웨이에 있는 볼을 닦게 허용하는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를 지적하며 “멍청한 짓”이라는 과격 발언도 했다. 그는 “평생 볼을 컨트롤하려 노력했는데 흙이 묻으면 공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경기장이 질척거려 1, 2라운드 분위기도 진흙탕이었다. 한 선수는 흙 묻은 공을 친 뒤 카메라에 대고 소리쳤다. PGA 들으라고 한 거다. 김시우는 “2라운드 전반만 해도 예닐곱 번 흙이 묻어 고생했다. 이건 너무한다”고 했다. 김주형도 “볼에 묻은 흙 때문에 두 번 훅이 났고 한 타씩 잃었다. 메이저대회도 공을 닦게 허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PGA 챔피언십에서는 선수들이 불만을 많이 터뜨린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18일 낙뢰로 출발시각이 늦춰지자 카메라 앞에서 욕을 했다. 셰인 라우리(38·아일랜드)도 디벗에 빠진 공을 친 뒤 클럽으로 땅을 내리치며 욕설을 했다. 날씨나 디벗은 PGA 책임이 아닌데도, 선수들은 조직위원회에 화풀이했다. 다른 메이저대회에선 그러지 않는다. 마스터스에서 조던 스피스(32·미국)는 진흙 묻은 공 건에 관해 공손하게 돌려 얘기했다. PGA 투어 선수들은 PGA 챔피언십을 만만히 보는 경향이 있다. 클럽과 레슨 프로 모임인 PGA는 투어 프로의 이익단체인 PGA 투어와 다른 조직이다. PGA 챔피언십은 투어 프로가 아닌 클럽 프로가 여는 대회다. 투어 프로의 우월의식이 엿보인다.
메이저대회는 비가 많이 와도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볼은 놓인 그대로 친다’는 골프의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어웨이로 잘 친 볼에 흙이 묻어 손해 보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셰플러 주장도 옳다. 양쪽 주장이 다 맞다. PGA는 PGA 챔피언십에 회원인 클럽 프로 20명을 출전시킨다. 아무래도 투어 프로보다 실력이 처진다. 올해도 컷 통과자가 한 명도 없다. 클럽 프로를 출전시킨다는 건 이 대회의 약점이고 이 원죄 때문에 투어 프로들과 진흙탕 싸움을 하면 불리하다. 기후 변화로 악천후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