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의 산불은 10만ha가 넘는 산림을 집어삼켰고, 그 결과 방출된 온실가스는 764만톤에 달했다. 이는 서울과 부산을 중형차 7천만대가 오가는 데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다. 이처럼 산불은 사회재난으로서, 수십 년간 나무가 저장해온 탄소를 한순간에 대기로 방출시키는 ‘기후재난’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약 63%는 산림으로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중 약 11%에 해당하는 3,200만톤을 산림에서 감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 여부는 단순한 산림정책의 성과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책임 있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산림의 탄소흡수 확대를 위해서는 조림, 숲가꾸기 등 적극적인 산림경영이 절실하다. 실제로 관리가 미흡한 산림은 병해충 피해, 노령화, 생태 단절 등으로 탄소흡수력이 약화되는 반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산림관리는 탄소흡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제는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해, 보호할 산림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임업인과 220만 산주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적극적인 산림관리를 추진할 시점이다.
산림청은 먼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경관보호구역 등을 산림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희귀·특산식물 보전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숲가꾸기를 통해 산림의 건강성을 높이고, 도시숲 조성과 유휴부지 나무심기를 통해 새로운 산림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탄소흡수 확대뿐 아니라, 도시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 완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두 번째는 국산 목재의 적극 활용이다. 목재는 건조된 무게의 약 50%가 탄소로 구성되어 있어, 이를 건축 자재로 사용할 경우 탄소를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특히 철근콘크리트 대신 목재를 활용한 건축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산림청은 이러한 장점을 살려 공공건축물에 국산 목재를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첨단 목제품 생산시설과 목재클러스터도 구축 중이다.
세 번째는 국외 산림탄소축적증진(REDD+)의 확대다. 산림청은 해외에서 약 500만톤의 탄소 흡수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탄소 감축 잠재력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REDD+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해외 탄소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산림협력은 단순한 감축량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사막화 방지, 산림복원, 지역 소득향상, 산림재난 대응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산림 기술과 정책을 세계에 알리는 외교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산림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동력도 된다. 인제군 원대리 국유림에 조성된 자작나무숲은 관광지로도 인기다. 2023년 약 23만명이 방문했고, 연간 생산유발효과는 약 441억원, 고용유발효과는 332명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공간에서 지역 경제의 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더욱이 자작나무숲이 위치한 원대리의 인구가 2012년에 비해 2022년에 증가했다는 것은 산림이 지역 소멸 대응으로서도 효과적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숲이 지닌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도시열섬 완화,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금은 숲을 전략 자산으로 삼아 기후, 경제, 외교, 공동체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산림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축이자, 경제 활성화의 동력이며, 지역 공동체 회복의 촉매제로 키워나가야 할 미래 그 자체다.
본 기사의 내용은 이미라 산림청 차장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