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나도 모른다. 기적이다.”
세계랭킹 111위 리하오퉁(중국)이 제153회 디 오픈(총상금 1700만 달러)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전세계에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리하오퉁은 20일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포트러시GC(파71)에서 끝난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이고 합계 10언더파 203타를 기록, 선두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4타 뒤진 2위에 올랐다.
첫날 보기 없이 4언더파 67타를 쳐 5명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렸고, 2라운드에도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공동 3위로 버티더니 셋째날엔 다시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하오퉁은 정확한 드라이버샷에 홀을 곧바로 공략하는 아이언샷 등으로 선두 셰플러, 공동 4위 티럴 해튼(잉글랜드)과 사흘 연속 60대 타수를 치며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세계적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리하오퉁은 “4타 차로 처졌다는 건 결국 2위 싸움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욕심을 내려놓으며 “세계 1위와 함께 플레이하게 됐으니 최선을 다하고, 무언가 일어나기를 바라야 할 것 같다. 정말 신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골프가 대중스포츠가 아닌 중국 출신인 데다 현재 미국이 아닌 유럽 DP월드투어에서 뛰고 있는 평범한 선수라는 점에서도 그의 선전은 큰 관심거리가 됐다.
1995년 중국 후난성 출신으로 2011년 16세에 프로로 전향한 그는 원아시아 투어, PGA 웹닷컴 투어(2부)를 거쳐 현재 DP월드투어에서 뛰고 있다. 2016년 볼보 차이나 오픈(상하이)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2018년에는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해 파란을 일으켰고 이후 2승을 더해 통산 4승을 거뒀다.
2017년 디 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올라 중국 선수 역대 메이저대회 최고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그의 이번 선전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2020년 PGA 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다 공동 17위로 마쳤고 2019년 프레지던츠컵에 임성재, 안병훈과 인터내셔널 팀에서 뛰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 메신저 소셜 플랫폼 위챗의 후원을 받는 리하오퉁은 최근까지 총 211만 7405달러(약 28억원)를 벌어들였다. 우승상금 310만 달러를 받는 기적이 아니더라도 2위(175만 9000달러), 3위(112만 8000달러)에 오른다면 그가 지금껏 번 상금의 절반을 넘게 챙길 수 있다.